갈색산림토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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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대표·산림치유지도사/ 논설위원

한라산 둘레길에는 울울한 나무숲 아래 조릿대가 무성하다. 빼곡하게 들어찬 조릿대 숲과 둘레길에는 지난해 가을에 떨어진 낙엽이 수북하다. 서어나무·단풍나무 등 수많은 낙엽활엽수가 봄부터 여름까지 키워낸 나뭇잎이다. 낙엽활엽수는 연례행사처럼 해마다 가을이 오면 나뭇잎을 떨어뜨린다.

가장 위에는 아직 분해되지 않는 낙엽이다. 말라서 변한 갈색 낙엽층이다. 그 아래에는 1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분해된 발효층이다. 잎몸이 뜯겨 구멍이 숭숭 나 있거나 조각나 있다. 그 아래에는 잎몸은 거의 분해되고 잎줄기 정도 남아 있는 부식층이다. 영양분이 풍부하다. 그 아래에는 모든 것이 분해돼 검은색의 흙으로 돌아간 점토층이다. 그 아래에는 현무암 화산재 암석층이다.

낙엽활엽수림의 흙은 이처럼 여러 층으로 이뤄져 있다. 이처럼 숲에 형성된 흙을 갈색산림토라고 한다. 갈색산림토는 습도가 많은 온대 지역의 낙엽활엽수림과 침엽수림이 혼재한 숲에서 생성된다. 이런 흙에서는 양질의 산나물이나 희귀 약초가 있다.

산림청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산림토양지도를 발간했다. 이 자료를 보면 산림토양 가운데 갈색산림토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산림 전체 면적의 77.1%를 차지한다. 반면에 제주에는 화산재 흙이 81.1%를 차지한다. 나머지 18.9%가 갈색산림토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 2000년에 발간한 ‘제주토양원색도감’에서도 해발 700m 이상 산악지 흙에서 갈색산림토가 있음을 밝힌다. 이곳의 본래 흙의 특성은 뜬땅이다. 화산재 흙이다. 그러다 보니 흙은 산성이며 유기물함량이 매우 높다. 흙 하부에는 암석이 있고 자갈이 있어 거칠다.

그러나 한라산 숲은 이런 현무암 산성흙 위에 해마다 낙엽층을 쌓고 쌓는다. 풍성한 유기물 흙을 만든다. 이런 유기물은 1차로 노래기와 쥐며느리, 지렁이 등이 90% 정도 먹어 치운다. 이렇게 해서 분해된 배설물과 유기물 조각들은 더 작은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그러면 1차 분해된 유기물을 먹기 위해 곰팡이 균류, 조류 등 수많은 미생물이 몰려든다. 유기물을 뜯어먹고 분해한다. 숲의 흙을 들춰 보면 하얀 균사 덩어리가 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무덥고 높은 습도를 좋아한다. 요즘 같은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들에게는 제철이다.

미생물이 남긴 배설물은 흙의 영양분이 된다. 미생물 활동의 최종 단계에는 원자나 이온 상태 화합물로 바뀐다. 음이온이다. 음이온은 흙을 건강하게 한다. 그리고 음이온은 사체나 배설물, 분비물 등 유기물에서 발생한 양이온과 교환되면서 식물에 필요한 양분이 만들어진다. 식물은 물에 녹아 있는 이들 양분을 물과 함께 뿌리로 흡수하며 생장한다.

이는 갈색산림토의 순환과정이다. 갈색산림토는 숲이 떨어뜨린 유기물에 미생물을 불러들여 분해토록 하고 그로부터 만들어진 양분을 다시 숲으로 돌려보낸다. 숲은 이들 양분을 흡수하면서 울창해진다. 풍성한 숲 치유자원을 조성한다.

우리는 그곳을 걷는다. 한라산 숲이 만든 갈색산림토 둘레길을 걷는다. 그곳을 밟을 때마다 푹신푹신한 양탄자 같다. 밟으면 밟을수록 발의 하중을 흡수한다. 무릎관절에서 받는 힘을 분산시킨다. 내딛는 발의 무게가 가볍다. 그것이 갈색산림토 치유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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