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보다 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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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기 / 시인

보편적으로 쉽게 설명하면 예술의 궁극적 목표와 가치는 ‘감동과 괘락’에 있다 할 것이다. 우리가 문학이나 미술 음악 작품을 대할 때 다가오는 감동의 깊이는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유명한 화가의 작품에서 받는 감동도 크지만 이름 없는 초등학생의 소박한 작품에서 큰 감동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운명’보다 우리 동요 ‘섬집아기’를 들으며 가슴이 찡해오는 경험을 해본 분들도 많을 것이다.

우리가 선입견을 버리고 예술작품을 읽거나 보고 들을 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모든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지난 6월 24일부터 29일까지 문예회관에서 전시된 고광식의 ‘살아가는 이야기’는 필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를 잘 아는 어느 지인이 쓴 축하의 글은 그의 작품세계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그의 살아가는 이야기 작품전을 보게 되면 누구나 마음속에 숨어있던 어린이가 깨어날 것입니다.’

숨어있던 어린이가 깨어날 것이다.

그렇다. 그의 작품에 숨어있는 ‘어린이’의 순수함 소박함 친근감이 그의 작품에서 받는 큰 감동이다. 고광식이란 작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는 성실한 해양경찰로 30년 넘게 근무한 평범한 시민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가 첫 번째 작품전이라 한 것으로 보면 앞으로 전문가의 길을 걸어갈지 모르나 현재는 분명 무명 작가임이 분명하다. 유명작가가 되는 것은 축하하고 좋은 일이나 유명작가가 되었다고 해서 감동의 깊이가 더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교를 부리지 않는 순수함이 그의 작품에서 받는 감동의 깊이다. 그림에 곁들인 살아가는 투박한 이야기를 읽는 여유도 갖게 만든다. 기교를 부리지 않는 교묘한 기교가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어려운 숙제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고광식도 이제 유명해져 버렸다.

무명에서 받는 이 순수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 노력은 손끝에 있지 않고 마음에 있음을 늘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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