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범·김시종 국제문학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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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수, 리쓰메이칸대학 명예교수/ 논설위원

지난 24일 제주문학관(제주시 연북로)에서 열린 김석범·김시종 특별기획 국제문학 포럼 ‘불온한 혁명 미완의 꿈’에 토론자의 한 명으로서 초청받아 참석했다.

이 포럼은 본지(5월 21일 자)에서도 보도된 제주문학관 김석범·김시종 특별전시 기간의 종료(6월 30일)를 앞두고, 두 작가의 삶과 문학세계를 조명하면서, 제주4·3문학의 가능성을 짚어보기 위해 치러졌다.

김석범은 20년이 넘는 세월을 들여 쓴 집념의 대작 ‘화산도’에 상징되듯이, 제주4·3이라는 이 작가가 워낙 그 현장에 있었어야 했던 고향에서 불거진 역사의 비극을 줄기차게 그려 왔다. 그의 작품에는 불의에 맞서 싸우다 희생된 고향 사람들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야 했던 ‘재일’로서의 원통함과 자책감, 그리고 끝없이 깊은 니힐리즘(nihilism)의 기운이 감돈다.

한편 김시종은 4·3 당시 남로당의 젊은 당원으로서 비극의 한가운데를 살았던 시인이다. 몸소 체험한 비극의 가혹함과 역사적 사실의 압도적인 무게에 짖눌려 이를 서사하거나 읊기를 빼앗긴 시인이기도 하다. 역으로 그 반세기의 침묵이야말로 4·3의 진실을 드러내는 한 편의 시로서 사람들 마음에 와닿는다.

두 작가는 공히 ‘재일’을 대표하는 작가이면서, 소설과 시, 4·3을 둘러싼 서사와 침묵이라는 서로 대조적인 길을 걸어왔다.

필자는 2001년 두 작가의 대담을 수록한 『왜 계속해서 써 왔는가, 왜 침묵해 왔는가: 제주4·3의 기억과 문학』(平凡社, 번역은 제주대학교 출판부에서 2007년에 발행)이라는 저서에서 대담 진행자와 편자의 역할을 담당한 적이 있다. 그런 인연에다가 두 작가가 주도한 4·3 관련의 모임이나 행사에서도 함께할 기회가 적지 않았다.

이날 포럼을 직접 찾은 김시종 시인은 “부모님 생애를 잘라낸 4·3이라는 생지옥 재앙, 자기 연명을 위해 그 와중에 혼자 도피한 비겁한 사나이 김시종. …다시 생각을 해보면 안온히 지낼 수 없는 처지이자 인생이었다”라면서 4·3으로 인해 일그러진 삶의 서사를 모두발언에 담았다.

포럼에서 기조발표에 나선 김재용 원광대 교수는 “김석범과 김시종을 난민의 세계문학으로써 읽어내고 이를 기존의 유럽적 세계문학이 아닌 지구적 세계문학의 지평에서 해석하는 일은 세계문학으로서의 재일조선인문학의 의미를 밝히는 일이 될 것이”라며 두 작가의 창작 세계문학적 의의를 강조했다.

포럼의 1세션은 ‘김석범의 삶과 문학’이란 주제로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이 진행을 맡고, 조수일 한림대 교수, 조동현 도쿄 제주4·3을 생각하는 모임회장, 김계자 한신대 교수가 발표자로 나섰다.

2세션에서는 ‘김시종의 삶과 문학’을 주제로 김동윤 제주대 교수가 진행을 맡고, 오세종 류큐대 교수, 정해옥 시인, 곽형덕 명지대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총합 토론에서는 고명철 광운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환기 동국대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이정화 세이케이대 교수, 허영선 제주4·3연구소 소장, 그리고 필자가 토론자로 나섰다.

이날 포럼에서 제기된 논점들은 남북, 그리고 일본 어디에도 귀속하지 않는 ‘재일’의 존재 의미를 되새기면서, 4·3문학이 새 지평을 여는 데 이바지한 것으로 생각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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