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위기 시대의 투자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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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석, 제주대학교 교수 경영정보학과/ 논설위원

한순간이란 어느 정도의 길이를 말할까? 심리학자들은 3초를 한순간으로 본다. 3초는 사람이 현재로 느끼는 시간에 해당한다. 8시간 자는 시간을 빼고 3초를 한순간으로 정의하면 사람은 하루 16시간 동안 1만9200개 순간을 경험한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가지고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이 한 생각을 끝내고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데 걸린 시간이 9.23초 걸렸다. 사람은 하루에 6240개의 생각을 한다. 순간의 생각들이 모여서 정보가 된다. 잘 정리된 정보를 가지고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수렵을 주로 했던 인류에게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었다. 인류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면 음식을 먹을 때처럼 뇌에서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게 된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언제 어디서나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손쉬운 스마트폰 사용이 지속적인 도파민 분비로 이어져 스마트폰 중독에 다다른다.

사람들이 스마트폰 화면을 얼마나 자주 만지는지 조사하였더니 하루 동안 2317회 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하루 동안 스마트폰 화면을 밀어 올리는 거리가 자그마치 13.2미터였다. 스마트폰에서는 몇백 페이지 책보다는 몇 개의 화면을 쓸어올리는 웹툰이 더 보기 편하다.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미국의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하며, 직장인들의 평균 집중시간이 단 3분에 불과했다. 짧은 인터넷 영상에 익숙한 나머지 극장에서 상영 2시간을 참지 못하고 영화 상영 중에도 스마트폰을 켜고 만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 중 20대 투자자 비율은 2019년 6.2%에서 2021년 14.9%로 증가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주식시장 일별 거래회전율이 1.4%인데, 20대 이하의 거래회전율은 16.9%였다. 전체 투자자가 71일 동안 주식을 보유한 반면에 20대 투자자의 주식 보유 기간은 5.9일이었다. 20대 투자자들이 잦은 초단타 매매에 집중하면서 투자금의 16%를 매매 수수료로 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34년간 연평균 수익률 15.8%를 기록했다. 제아무리 워런 버핏이라 할지라도 20대 투자자처럼 초단타 매매를 하면 그 역시도 마이너스 성과를 낸다.

돈이 돈을 벌게 하려면 돈에도 돈 벌 시간이 필요하다. 연 2%의 1200만 원 정기예금과 매월 100만 원을 연 3%의 정기적금에 넣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큰 돈이 될까? 연 2%의 정기예금은 세전이자 24만 원이 생긴다. 연 3%의 정기적금은 세전이자 19만5000원이 생긴다. 정기예금은 원금을 1년 동안 묵혔지만, 정기적금은 매달 불입된다. 돈의 투자 기간은 정기예금이 정기적금보다 더 길다. 시간이 돈이다.

우리나라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인생의 전성기가 어느 때쯤이냐 물어본 조사가 있었다. 응답 결과는 남학생이 29.7세, 여학생은 28.2세로 나타났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24시간에 비유하면 29세는 오전 8시에 해당한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29세에 전성기를 구가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 집중력 위기의 시대에서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먼 산을 보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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