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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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비평가/ 논설위원

중학교 때 실업 과목으로 ‘수산업’을 배웠다. 소풍 때면 수산업 선생님이 낚시 대회를 열고 물고기를 많이 낚으면 실습 점수를 높여주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안강망을 이용해 갈치, 참조기, 병어, 갑오징어와 같은 물고기들을 바다 밑바닥까지 한꺼번에 싹 쓸어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해양실습실에서 해초며 물고기 그림들을 그려 붙이는 일을 친구와 함께 하기도 했다. 그때 친구가 올해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중책을 맡았다고 한다. 그런데 해양생물학을 전공한 친구는 늘 바다 걱정이다. 인류 먹거리의 보고인 바다가 어느 정도길래 그렇게 걱정이라는 것인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Seaspiracy)」(2021)를 보며 경악했다. 경이롭게 여겨지던 바다가 남획으로 죽어가고 있으며, 전 세계에 걸친 부패의 그물에 휩싸여 있다는 보고였다. 멸종 위기에 처한 참다랑어 남획을 위해 포경을 허용한 일본, 샥스핀을 위해 지느러미만을 잘라내고 몸통은 바다에 버려지는 상어들. 그리고 바다거북과 같은 생명체들이 멸종 위기까지 다다른 것은 기후 변화, 해양 오염,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이 아니라 어업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플라스틱 연대가 빨대 따위의 해양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데, 실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의 쓰레기 중 어망이 46%이고 나머지 쓰레기들은 대부분 어업 장비란다. 기름 유출로 인한 오염보다 상업적 어업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환경 단체들은 회사와 협회의 지원으로 운영되므로 멸종 위기종의 생선들을 남획하는 것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고 한다.

기후 변화를 대비한 탄소 중립을 위해 노력하는데, 지구에서 가장 큰 탄소 개수대가 바다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폴 완슨 선장’은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바다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은하계를 여행 중인 지구라는 우주선의 생명 유지 시스템에서 음식과 공기를 제공하고, 기후와 온도를 조절하는 데 바다의 역할이 가장 크다. 해초와 다시마 숲은 단위 면적당 열대우림보다 20배나 많은 탄소를 빨아들이며,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최대 93%가 해양 식물과 산호에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1%만 손실돼도 그 양은 자동차 9700만 대의 배출가스와 맞먹는다.

지구라는 생명 유지 시스템의 승무원인 산호초와 물고기들이 죽어간다. 저인망 어업 같은 경우는 무거운 추를 달아서 끌고 다니며 생명체로 번성했던 곳을 불모지로 만들어버린다. 원시의 아마존 열대우림을 불도저로 밀어버리듯 연간 약 1600만㎢에 달하는 면적을 없애버린다. 다큐멘터리에서 최종 결론은 이렇다. 바다와 해양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매일 실천할 수 있는 것은 해양 동물을 안 먹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해양 생물을 보호하고 물고기를 덜 잡아야만 건강한 생태계는 회복될 것이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겠다고 한다. 2019년 국제포경위원회를 탈퇴하고 고래들의 피가 낭자한 부둣가를 비추던 장면이 겹쳐 떠오른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오염수 투기도 해양생물 남획도 마다하지 않는 일본.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여기는 그들의 행태에 우리는 강력히 저항해야 한다. 그것은 오염된 물고기를 먹는 문제를 넘어서 지구를 지키는 길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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