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0대 여성과 상담을 하였던 이야기를 소개한다. “남편은 짜증도 많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부터 내요.” 긴 시간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런 경우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어린아이처럼 화를 낸다. 이것은 결혼하게 된 무의식적인 동기와도 관련이 있다. 무의식적 기대와 욕구가 사실은 결혼 생활의 불행을 가져다주는 원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서로가 무의식적인 기대를 조금씩 채워주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이룬다면 두 사람은 성장하게 된다. 두 사람의 만남이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무의식적 기대와 욕구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부부 각자가 성숙한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경험해온 상처가 무엇인지, 그 상처가 어떻게 내면에서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하며, 서로의 아픔을 이해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 아픔을 들어주고, 보듬어 준다면 고통스러웠던 관계가 소중한 관계로 변화된다. 불행을 끝낼 수 있는 지름길은 각자의 미성숙한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다. 발견하였을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
가까운 부부 사이일수록 함부로 말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생각 없이 함부로 말하며 상처 주는 행동을 지금 멈추어야 한다. “넌 고집이 세, 넌 너무 예민해”라고 함부로 판단하여 말하는 것이 심리적 약자를 무너지게 하는 행위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도록 생각하고, 바른 언어표현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상처되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일은 빨리 잊어버려”라고 말하며, 너무 잘 참는다. 과잉 일반화와 합리화는 우리 모두가 자주 사용하는 방어기제 중 하나인데, 자신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타인에게도 그렇게 살라고 생각 없이 조언하는 것이다. 참고 살았던 세월이 많기에 우울증도 많고 자살률도 높은 것이다. 힘든 감정은 참으면 안 된다. 어릴 적부터 아이들에게도 “참지 말고, 적절하게 표현해라”라고 가르쳐야 한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대화의 치유력을 과소평가해왔다. 적절하게 표현하고 경청하는 과정을 어린 시절부터 연습해야 했지만,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상담실,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는 것을 극도로 꺼려 하는 것이다. 자신의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고, 곪아 터진 상처도 대충 봉합한 채 아무렇지도 않은 척 페르소나(가면)를 쓰면서 살아가는 것을 당연시 해왔다. 앞으로는 힘들 때 상담실을 찾아가 표현할 줄 아는 선진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정적인 감정은 차곡차곡 쌓이기 전에 표현해야 스트레스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픔이 너무 오래되어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하기 전에 전문가 또는 내 편을 찾아가 대화 나누길 권장한다.
대화는 피와 같다. 피가 돌지 않으면 신체가 죽듯이 부부 사이도 대화를 하지 않으면 부부관계는 죽는다. 부부관계에서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이 있다면 화(분노)의 근원은 애정 결핍이다. 결국,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한 평생 사랑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이 결핍은 어느 누구도 채울수 없다. 자신이 먼저 스스로를 사랑할 때 비로소, 상대방에게 사랑을 나누어줄 수 있으며, 부부관계가 회복된다. 지금 바로 나에게 고생하고, 사랑한다는 따뜻한 말을 표현해 보자.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원후, 심리상담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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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소중한 사람에게 올바르게 표현하는 연습을 조금씩 해보아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