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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싱그러운 5월이 후반부로 들어섰다. 초엽부터 유난히도 태풍과 같은 폭풍우가 오는 바람에 꽃들도 수난을 겪었고, 어린나무 잎사귀는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하필이면 아이들이 설레며 기다리던 어린이날에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으로 모처럼 계획했던 나들이가 무산되니 얼마나 서운했을까.

서울에 있는 작은 아들네도 연휴라서 내려오려고 어렵사리 비행기표를 구했는데 비행기가 결항 되어 올 수 없었다. 기다리던 우리도 오려고 했단 아들네도 아쉬움과 섭섭함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들떠 있었는데 적적함이 집안 가득하다. 날씨까지 비라 더 가라앉는다. 그런데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사뭇 들뜬 목소리로 기쁜 소식 전한다고 하는데 순간 요즘 하는 일이 대박이 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들네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이다. 아니 나중에, 나중에 해서 권유도 할 수 없었는데 아이가 생겼다는 말에 순간적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축하한다고 정말 잘되었다는 말만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가슴이 벅차오르며 감사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새 생명 소식에 조금 전만 해도 가라앉았던 집안에 생기가 도는 것이 아닌가.

비가 온 다음에는 파란 하늘과 한라산이 손만 닿으면 금방 잡힐 듯이 가깝게 보이고 주변에 있는 나무들은 초록의 싱그러운 잎들이 한들거림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고 모든 시름이 씻기듯이 치유의 명약이 되는 것처럼 새 생명 소식은 다시 일어설 힘을 된다.

인생의 여정 중에 새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물론 키워 낼 생각을 하면 어깨가 무겁고 힘이 들지만 새 생명이 주는 기쁨과 행복은 그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간혹 이런 말을 한다. 자식이 없으면 뭐 하러 이런 고생해. 그런데 고생지만 그게 살아갈 힘이 아닐까 싶다.

손자인지 손녀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할머니들은 손주가 태어나면 봇뒤창옷이라고 하는 배냇저고리를 만들어 입혔다. 아마도 의료시설이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출산하다 잘못되는 경우도 허다했기에 무사히 태어나면 그때 만들기 시작하였다. 할머니의 염원을 담아 만든 옷, 혹여 부정이라도 타지나 않을, 조심조심 또 조심하며 온전한 사람이 되라는 염원을 담은 옷,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입는 옷인 봇뒤창옷을 입혔다.

지금이야 삼베로 배냇저고리를 만들어 주면 입히기는커녕 쳐다보지도 않겠지만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가 태어난 생명을 위해 간절한 기도의 염원을 담은 옷을 이 할머니도 준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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