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 처벌 없는 이태원 참사와 유가족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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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비평가/ 논설위원

살아남은 사람들은 죽은 이를 애도하며, 죽음에 이르게 만든 세상에 대하여, 예방했어야 할 관리들에 대하여 책임을 따져 묻는다. 그런데 “정부의 소리에는 / 그림자처럼 / 거짓말이 따라다닌다 / 지배자들은 외치고 / 민중은 속삭인다.”(브레히트, 「독일 전쟁 안내」) 민중을 외면하는 지배자들은 ‘놀다가 죽은 걸 어쩌란 것이냐’라며 모든 책임을 죽은 이들에게 전가하는 언론 조작을 감행하고, 새로운 이슈들로 덮으며, 큰 소동 없이 시간만 빨리 흘러가기를 소망한다.

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이 지났어도 책임을 지고 물러난 고위공직자는 없었다. 유가족들은 슬픔을 참아내며 조용히, 큰소리로 외치지도 못하고 작은 간담회 자리를 찾아다니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눈물로 호소한다.

지난 4월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 초청 간담회(민주당 송파을지역위원회, 위원장 송기호)에서 네 분의 유가족들을 만났다. 그들은 살릴 수 있는 젊은이들을 국가가 그냥 방치하여 죽음을 맞이하게 했다고 했다. 159명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이 자신들의 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으며, 국민청원 동의 서명에 5만 명이 동의해 주었고, 특별법 제정에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슬픔은 그들에게 느닷없이 찾아왔다. 그래서 심장 소리가 귀에까지 들려 말을 잇기 어려울 정도였고, 일주일에 두 번씩 수액을 맞으며 견뎌야 하기도 했다. 유가족 모두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입을 달싹이는데 그 슬픔의 깊이를 어찌 가늠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그 고통의 시간을 뚫고 유가족들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유가족 김남희 씨는 너무 힘들어서 뉴스도 보지 않다가 사건 후 100일이 되어서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단다. 그러면서 1월 특별수사본부에서 군중 유체화(流體化)를 참사의 원인이라 파악한 것을 문제 삼았다. “군중 유체화가 될 때까지 행정 조직은 도대체 무엇을 했을까? 그러면 참사의 원인은 그때까지 작동하지 않은 행정 조직에 있는 것”이라 말했다. 그런 특수본의 사건 분석은 ‘놀다 죽었다’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의도이며, ‘정부에서 진행하는 2차 가해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마약 단속을 위해 나갔던 형사 57명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사실, 사고를 방지해야 했던 용산구청 종합상황실에서 인파와 관련된 8시20분의 민원 접수에도 구청장의 전단지 제거 지시에 참사 현장에 구청 직원들이 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유가족들에게 가장 힘이 되었던 건 분향소를 찾아온 ‘세월호’ 어머님들이었다. 그들은 정말 많이 우시면서 미안하다고, 자신들이 정말 애를 썼는데 막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단다. 참사를 막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정부로부터 듣지 못하고 세월호 어머니들께 들었노라고 했다.

‘세월호’에서 ‘이태원’으로 이어지는 생때같은 젊은이들의 죽음은 국민들에게 공감과 연대를 요구한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행안부 장관 파면, 독립된 조사기구 설치, 특별법 제정을 간절히 원한다. 그리고 유가족들의 처절한 속삭임이 세상을 뒤집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태풍이 될 수 있음을 지배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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