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 주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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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운 시조시인

제주의 봄, 제주수선화, 매화에서 벚꽃으로 이 땅 곳곳에 설렘을 불러오더니 벌써 4월하고도 열흘이나 지났다.

봄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봄은 생명력으로 꿈틀거린다. 겨우내 숨죽이던 움츠림에서 벗어나 조금씩 고개를 내미는 계절이다. 그래서 봄은 시작하는 계절이라 한다.

다들 기다린다. 우리는 이 봄을 기다린다. 무엇이 이 봄을 기다리게 하는 걸까. 무엇인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그립다, 보고 싶다는 것일 것이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나를 내려놓고/ 돌담 구멍 사이로 나드는 바람소리에/ 상처를 어루만지며/ 묻고 또 묻는 것 - 오영호 「올레길 연가 1」 부분

봄이 오는 길목을 찾아 산으로 들로 나섰다. 오름을 오르면서 올레를 걸으면서 봄을 알리는 꽃들을 많이 만났다. 아니 일부러 찾아가 꽃들을 만났다. 노루귀, 괭이눈, 변산바람꽃, 제주백서향 등 가는 곳마다 꽃이 주는 봄소식에 그 아름다운 자태에 눈이 황홀하고 그 향기에 코가 호사를 누렸다.

아주 작은 들꽃에게도 저마다의 이름이 붙어 있다. 그냥 지나쳐 버리는 아주 자그마한 들꽃에도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이다. 관심이 있고 아는 만큼 보이기 시작한다. 들에 피는 들꽃에 붙은 이름을 보면 아주 재미있다.

개구리발톱, 산자고, 벌노랑이 등 제각각의 이름이 있어 왜 이런 이름이 붙었지 하고 호기심에 찾아가는 것이다. 동물에 비유하거나 습생이나 모양, 설화에서 오는 그런 이름이 재미있기에, 대상을 기억하며 그리워하는 것이다.

이름이 없다면 기다릴 수 있을까? 아니다 무얼 기다리는지도 모를 것이다. 대상이 있어도 이름이 없으면 어떻게 기억하고 어찌 보고 싶다고 할 것인가?

이 세상 꽃들이 피는 이유 다 같아/ 뼛속까지 저 닮은 씨앗 몇 톨 남겨놓고/ 들판 위 산전수전을 빈틈없이 수놓아 - 김정숙 「봄볕」 부분

봄에는 죽은 듯이 서 있던 나무에도 파란 싹이 나기 시작하고, 들판마다 온통 파랗게 변하고 그 틈에서 꽃을 피워낸다. 조금의 흙이라도 있으면 너무 작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예쁜 꽃을 피운다.

우리는 이런 들꽃들의 이름을 얼마나 알고 있나요, 각각의 들꽃들은 저마다의 이름으로 불리고 저마다의 모양으로 저마다의 색으로 나름 최고의 꽃을 피워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봄에서 겨울까지 누가 알아주든지 말든지 들꽃들은 철마다 제 할 일을 하고는 사라진다. 그래서 그리워하고 기다린다. 들꽃의 이름을 알게 되면서 언제 어디서 보았는지를 기억하고 꽃이 피는 그때를 기다리게 만나게 되는 것이다. 들꽃을 주는 행복이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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