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모양처와 유리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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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어진 아내이자 현명한 어머니를 뜻하는 현모양처(賢母良妻).

현모양처론을 유교적 가부장제의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메이지시대 일본에서 만들어져 20세기 초 우리나라에 유입된 천황제 국민국가의 여성관이다.

천황제 국민국가에서 여성에게 부여한 역할은 남성이 천황에게만 충성할 수 있도록 가정을 맡아 꾸리며, 자식을 충성스러운 신민으로 기르는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을사늑약 직후인 1906년에 ‘현모양처 양성’을 설립 취지로 내세운 교육기관인 ‘양규의숙’이 설립되면서 일반화됐고, 이후 오랫동안 여성의 자아실현이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라는 의식이 우리를 지배했다.

▲일하는 여성의 환경을 평가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우리나라가 11년째 꼴찌를 차지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여성의 날을 앞두고 발표한 이 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29개국 가운데 29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2013년 시작된 평가에서 올해까지 11년 연속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는 남녀 고등교육 격차, 소득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고위직 여성 비율, 육아비용, 남녀 육아휴직 현황 등 세부 지표를 종합해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산출해 발표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국은 올해 주요 지표 대부분에서 바닥권에 머물렀다.

남녀 소득 격차는 31.1%로 집계돼 작년에 이어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여성의 노동참여율도 남성에 비해 18.1%포인트 낮아 28위를 기록했다. 관리직 여성 비율과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 역시 작년에 비해 1계단씩 오르긴 했으나 28위로 여전히 최하위권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한국 여성이 다른 선진국 여성에 비해 여전히 심각한 소득 불평등을 겪고 있고, 노동 시장에서 계속 소외되고 있으며, 사회적 권한 역시 크게 작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일제가 심어 놓은 현모양처론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유리천장 지수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우리는 일하는 여성이 남성 영역을 침범하는 것으로 취급하는 문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남녀의 공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공존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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