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그 소중함
눈물, 그 소중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이영운 시인/수필가

“정말 이겼어요?” 트로트 조별 예선에서 상대팀을 꺽은 다섯 명의 청년들이 서로 부등켜 안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연신 손으로 훔치고 있다. 요즘 영상을 보면 아주 작은 일에도 크게 감격하고 눈물을 훔치는 남자들 모습을 너무나 자주 본다. 슬프던 기쁘던 괴롭던 즐겁던, 어느 상황에서도 한국인들은 계속 울고 있다.

눈물은 심한 전염성이 있어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가장 많이 목격한 눈물은 정치인들의 눈물이었다. 사고 현장, 행사장과 기념식장만 찾으면 그들은 눈물을 훔쳤다. 최고위층을 비롯한 정당 정치인들이 유독 자주 울었다. 그런데 그 광경을 보는 국민들이 공감하여 눈물을 흘렸다면 진실한 눈물이었을 것이고, 그 반대면 공허한 메아리였을 것이다.

특히 한국 남자들이 요즘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 슬픈 일이 많아져서일까 괴로운 일이 많아 져서 일까?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가장으로서의 남자는 어떤 경우라도 감정을 잘 억제하여 특히 눈물을 삼가라고 가르쳐 왔다. 부모님이 세상을 뜨거나 극심한 슬픈 일이 생긴 때가 아니면 절제하며 세상을 잘 이기고 지탱하는 남자의 모습을 견지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을 것이다.

나도 몇 차례 눈물을 훔쳐본 기억이 있다. 귀한 분이 소천하셨을 때는 슬픔이 북받혀 올랐었다. 또 군 복무 중에는 집단 통곡을 한 적이 있다. 훈련소에서 신병 훈련이 거의 끝났을 때다. 야간 침투 훈련이 있었다. 얼굴에 검정 그림을 그리고 위장 복장으로 침투하여 포복훈련을 했다. 두세 시간 훈련으로 기진맥진하여 마침내 목적지인 산 정상에 이르렀다. 조교는 인원을 모두 확인 후에 밤하늘에 크게 떠있는 보름달을 쳐다보라고 하더니 갑자기 ‘고향생각’과 ‘어버이 은혜’를 힘껏 부르게 했다. 잠시 후 훈련병은 모두 목이 메어서 끄억끄억 눈물을 흘리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호랑이처럼 포효했다. 집단 통곡을 하고 있었다. 이 어려운 상황에 휘엉청 뜬 달을 보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 노래를 부르라고 하니 그 누가 눈물의 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깊은 감정에 의해 흘러내리는 눈물은 육체적 심리적으로 유익하고 정서적으로 쓰린 감정을 순화시키고 신체적으로 고통스러움을 완화시킨다. 눈물은 약간의 단백질과 호르몬질을 포함한 말 그대로 물이다. 그러나 울음은 건강한 감정 표현으로 울고 나면 독소와 호르몬이 배출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부끄러운 것이 아니므로 울어야 한다면 참아서는 안 된다. 울음을 가두면 감정과 스트레스를 몸 속에 가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면역 건강 저하, 심혈관 질환 및 고혈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울음은 해방의 감정 표현과 함께 다른 사람과 더불어 더욱 친밀하게 결속하며 육체적 고통을 줄여준다. 우리는 어렸을 때 옆에 누가 우는 것을 보면 그냥 공감하여 함께 통곡하던 기억을 모두가 갖고 있을 것이다. 삶이 아름다운 건 누군가 슬픔에 처해 있을 때 이렇듯 서로 어깨를 내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울음은 슬픔을 공감하여 통곡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불안, 과민성, 초조, 긴장을 푸는 역할을 한다. 자연적으로 슬픔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행복할 때도 울음을 터트린다. 행복한 눈물에는 옥시토신, 엔도르핀 등이 뇌에서 방출된다고 한다. 즉 웰빙 건강이 향상되도록 한다. 울면 고통이 줄어들고 기분이 고조되는 것이다. 행복한 눈물의 값, 얼마나 될까? 미국의 팝아트의 대가인 로리 릭텐스타인이 그린 ‘행복한 눈물(Happy Tears)'는 2002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5억 5천만원에 팔렸었다. 그 그림이 국내 굴지의 재벌 자택에 걸려있는 모습을 많은 분들이 이미 보았을 것이다. 진실로 행복한 순간의 눈물은 아마 이보다 훨씬 더 값지고 소중할 것이다.

눈물의 가장 큰 효과는 카타르시스에 있다. 그리스 희랍의 모든 비극의 궁극적 도달점이 카타르시스에 있었음을 인지할 때 예로부터 현인과 철인들은 인간의 순화를 극을 통해 얻고 새 출발을 동기화 했으리란 짐작을 하게 한다. 오늘도 나는 너무도 많은 눈물 속에 살면서 눈물 없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