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빨갱이 타령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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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예전에는 제주 사투리를 많이 썼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어른으로부터 들은 게 사투리였으니 말이다. 계란이나 달걀도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배운 말이다.

혀라는 말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알았다. 이전에는 새 또는 샛바닥으로만 얘기했다. 초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이 “새, 샛바닥이 아니고 혀, 혓바닥이라고 하는 거야”라고 가르쳤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국어 시험을 봤다. 그림을 보고 빈칸을 채우라는 문제였다.

염소를 그려놓고 빈칸 두 개가 있는 형태. 그런데 달걀을 그려놓고 빈칸이 두 개 있는 거였다.

선생님이 빈칸을 한 개 덜 그렸구나하고 빈칸 한 개를 그린 후 독새기라고 썼다. 사투리 때문에 문제 한 개를 맞히지 못한 것이다.

▲시간이 흘러 군대에 입대하니 또 독새끼가 거론되는 것이었다.

제주출신을 보면 “야, 독새끼, 독새끼”라고 말하며 웃는 것이었다.

사실 닭을 제주어로 독이라 불렀고, 달걀이 독의 새끼였으니 독새끼가 틀린 말도 아니다. 달걀도 닭+알에서 나온 말 아닌가. 어떤 친구들은 제주출신들이 독기가 있어 군 생활을 잘한다는 의미에서 독새끼라는 말을 하고 있으니 무시하라고 하기도 했다.

군대에서는 서울 뺀질이, 경상도 문디, 강원도 감자, 전라도 깽깽이라며 서로 놀리기도 했다. 그러니 제주출신에게 독새끼라고 하는 것을 크게 마음에 두지는 않았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제주출신 학생에게 “돼지 XX”, “빨갱이 XX”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분노를 표출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사임한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고교시절이었던 2017년 제주출신 동급생에게 이런 언어폭력을 가한 것이다.

피해 학생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

4·3 당시 미군정 경무부(부장 조병옥)는 공식적으로 제주도민의 90%는 공산주의라고 밝혔다. 나는 당시 교육 수준을 감안할 때 제주도민의 90%는 이념을 몰랐을 것으로 판단한다. 토벌을 하기 위해 빨갱이라고 낙인을 먼저 찍은 것이다.

지난해 열린 제74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던 김부겸 전 총리는 이날 이렇게 말했다.

“제주도민 3만여 명이 무자비한 국가폭력에 목숨을 잃었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도 ‘폭도’, ‘빨갱이’로 낙인찍혀 반세기 가까이 숨죽여 살아야 했다.”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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