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 ‘맑고 깨끗한 물’로 재탄생…‘활용 높은 자원’ 인식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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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처리수, 선택이 아닌 필수다] 上. 하수처리수의 재탄생
하수, ‘7단계 과정+재이용시설’ 거쳐 깨끗한 물로 재생
제주, 하수처리 물 중 2.2%만 재사용…전국에서 가장 낮아
타 지역은 반도체 생산, 농·공업용수 공급 등으로 활용돼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와 무분별한 지하수 남용 등으로 물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2025년부터는 물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해 줄 확실한 대안 중 하나로 ‘하수처리수’가 주목받고 있다. 하수는 하수처리시설과 재이용시설을 거쳐 ‘맑고 깨끗한 물’로 다시 이용할 수 있지만, 더럽고 오염된 물이란 인식이 강해 제주에서는 농업용수로도 쓰이지 않고 있다.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하수처리수가 농업용수는 물론 공업용수나 하천유지용수 등으로 폭넓게 이용되면서 활용 방안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제주에서도 하수가 ‘맑고 깨끗한 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인식 전환과 함께 활용도를 높여 기후 변화 대응과 지하수 보전에 나서야 할 때다. 본지는 두 차례 걸쳐 전국적인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례를 소개하고, 제주의 이용 현황과 활용 확대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경기도 구리시 장자호수공원 하천유지용수로 하수처리수가 사용되고 있다. 사진=경기도 구리시 제공
경기도 구리시 장자호수공원 하천유지용수로 하수처리수가 사용되고 있다. 사진=경기도 구리시 제공

▲하수, ‘맑고 깨끗한 물’로 재탄생
하수는 빗물이나 집, 공장, 병원 등에서 쓰고 버리는 물을 말한다. 하수처리수는 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적정 처리 후 방류되는 물이다.

처리 기술이 떨어졌던 과거 하수처리수는 그저 버려지는 물에 불과했고, 이용도 보편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예년에 비해 처리 기술이 크게 발달하면서 정화된 물은 사람이 마셔도 인체에 무해하고, 정부가 규정한 1등급수 기준을 뛰어넘을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했다. 

하수는 보통 7단계 과정을 거쳐 하수처리수로 재생된다. 1단계에서는 모래과 부피가 큰 이물질을 제거하고, 2단계 유량조정조에서는 수질을 균등화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3단계에서는 침전지에서 2시간 동안 부유물질과 무거운 찌꺼기를 걸러내고, 4단계에서는 생물반응조에서 미생물을 이용해 하수 속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5단계에서는 무게가 작은 맑은 물과 무게가 있는 침전 슬러지로 구분하는 작업을 거쳐 6단계 총인처리시설에서 물속 남은 인을 제거한 후 7단계 소독조에서 자외선 소독으로 대장균을 제거하는 과정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여기에 재이용시설을 거치면 ‘맑고 깨끗한 물’로 재탄생하게 된다.  

경기도 구리시 도로자동청소시스템 용수로 하수처리수가 사용되고 있다. 사진=구리시 제공.
경기도 구리시 도로자동청소시스템 용수로 하수처리수가 사용되고 있다. 사진=구리시 제공.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말 공개한 ‘2021년 하수도통계’에 따르면 전국 704개 하수처리시설에서 처리된 물은 약 73억3600만t에 달했다. 이 중 농업용수나 공업용수, 하천유지용수 등으로 재사용된 경우는 11억2700만t(15.3%)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제주에서는 8개 하수처리시설에서 8600만t의 물이 처리됐지만, 재사용된 물은 193만t(2.2%)에 그쳤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재이용률이 가장 높은 경북(35.8%)보다 33.6p나 낮고, 16위 대전(5%)보다도 2.8%p 낮은 것이다.

우리나라 1명당 연간 가용 수자원량은 1453t으로 세계 153개 국가 중 129위이고, 더욱이 하천 취수율이 36%로 물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은 국가군에 속한다.

하수를 ‘버려야 하는 물’에서 ‘소중한 자원’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민간 투자 사업으로 건립된 경북 포항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내 설비 구축 모습. 사진=환경부 제공
민간 투자 사업으로 건립된 경북 포항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내 설비 구축 모습. 사진=환경부 제공

▲타 지역 활용 어떻게…반도체 초순수로도 쓴다
환경부, 경기도와 5개 시(수원·용인·화성·평택·오산),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와 하수처리수 재이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 공장에서 하루 평균 약 31만t의 물을 사용하는 삼성전자는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를 추진하며 버려지는 생활하수에서 해답을 찾았다. 공장 주변 생활하수를 재활용해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협약을 통해 삼성전자가 오는 2028년 말부터 경기도 5개 시 하수처리시설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용수 양은 하루 약 47만4000t, 연간 1억7300만t에 달한다. 각 사업장에 공급된 방류수는 추가 공정을 통해 일부를 ‘초순수’로 만들어 반도체 생산에 활용할 예정이다.

초순수는 전기전도도, 고형 미립자수, 생균수, 유기물 등을 극히 낮은 값으로 억제한 순수한 물을 말한다. 

반도체 용수 공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SK하이닉스도 최근 용인시가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용수 공급시설 실시계획을 승인해 고시하면서 고민을 해결하게 됐다.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용수 공급시설 설치 공사는 2026년 7월 완료될 예정이며, 공업용수는 취수지점인 여주시 남한강 여주보에서 이천시를 거쳐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산단까지 총연장 36.9㎞의 관로(1500㎜)를 통해 하루 26만5000t씩 공급된다.

민간 투자 사업으로 건립된 경북 포항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내 UF 전처리 분리막 설비 모습. 사진=환경부 제공
민간 투자 사업으로 건립된 경북 포항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내 UF 전처리 분리막 설비 모습. 사진=환경부 제공

수원시는 ‘수원REWATER’라는 이름으로 하수처리수를 공업용수로 재이용하는 환경 정책을 역점 추진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및 태영건설과 ‘수원공공하수처리시설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해 하수 재이용수 하루 32만t 공급을 이끌어냈고, 2021년 5월 발표된 ‘K-반도체 전략’ 중 반도체 단지에 10년치 용수 물량 확보 전략에 수원시 물량을 포함하는 성과도 냈다. 

충남 서산시는 ‘서산공공하수처리시설 하수처리수 재이용사업’을 통해 서산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된 하수를 맑은 물로 처리 후 하루 약 2만t을 석남천과 석림천 등 상류에 방류할 계획이다.

민간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충북 청주시는 산업단지 내 원활한 공업용수 공급을 위한 ‘청주 공공하수처리시설 하수처리수 재이용 민간 투자 사업’을 최근 완료하고, 올해부터 하루 3만3000t의 공업용수를 생산해 청주 산업단지 내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경북 포항에 있는 민간 투자 사업 형식으로 건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은 하루 13만1600t의 하수처리수를 끌어와 10만t을 생산해 포스코와 동국산업 등 철강상단에 공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지역에서 농업용수, 공업용수, 하천유지 용수 등으로 하수처리수를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많게는 연 수십억 원의 세외수입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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