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얼마나 외롭게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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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국 국장

지난 8일 제주시 영평동 양지공원 제1제례실에서 80대 노인의 장례가 치러졌다.

제례실 영정 옆에는 상주(喪主)나 가족들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고, 장례 대행업체 관계자들이 고인에게 술잔을 올리며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 노인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집에서 사망했다. 집주인이 며칠째 인기척이 없자 이를 이상히 여겨 확인해보니 이미 세상을 떠나 있었다.

이 노인처럼 홀로 죽음을 맞은 뒤 한참 후에야 시신이 발견되는 고독사(孤獨死).

죽음의 순간은 늘 고독하다고 한다. 가족과 친지들이 손을 잡고 임종(臨終)하며 배웅해주더라도 고독하다.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홀로 가야 한다. 빈부(貧富)와 귀천(貴賤) 없이 모든 인간의 죽음은 고독사(孤獨死)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적 측면에서 고독사는 의미가 엄연히 다르다.

지난해 4월 처음 시행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고독사란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고립된 공간에서 질병과 생활고로 외롭게 죽음을 맞는 고독사가 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최근 5년간 고독사 현황과 특징을 조사해 발표했다. 국가가 시행한 첫 고독사 관련 통계다.

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망자는 31만7680명. 이중 고독사가 3378건으로 1.1%가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무엇보다 고독사가 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2017년 2412건에서 연평균 8.8%꼴로 증가했다.

제주에서는 지난해 44명이 고독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 10만명당 6.6명으로 전국 평균과 같았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2017년과 2018년 2019년 고독사는 각각 12명이었으나, 2020년에는 27명, 지난해에는 44명으로, 연평균 38.4% 증가했다. 이는 전국서 가장 높은 증가율이며, 전국 평균의 8.8%에 비해 무려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전국서 발생한 고독사 중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4배 이상 높았으며, 지난해에는 남성이 2817명, 여성이 529명으로 5배 이상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고독사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1인 가구의 증가를 꼽았다.

지난해 제주지역의 1인 가구는 8만9000가구로 전체 27만1000가구의 32.7%를 차지했다, 제주의 전체 가구 중 셋 중의 하나는 1인 가구인 셈이다. 1인 가구의 연령대별로는 고독사 고위험군인 50대가 20.5%가 가장 많고, 60대는 16.7%.

1인 가구는 다인(多人) 가구에 비해 대체로 주거환경과 일자리가 취약하고 사회적 관계의 폭이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50~60대는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연령대다.

이제 고독사는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있게 대응해야 한다.

2018년 영국은 고독부(Ministry for Loneliness)를 신설했다. 노인들의 고독사가 심각한 일본도 내각관방 내 고독·고립담당 장관을 임명했다.

지난주 제주도가 고독사 예방·지원 체계의 내실 있는 운영과 은둔형 대상자 발굴을 위한 회의를 개최했는데, 고독사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도민은 2097명으로 집계됐다.

어쩌면 고독사는 쓸쓸한 죽음이 아니라 그들이 주위와 단절된 채 마지막 가는 날까지 외롭게 살아온 삶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그들과 함께 서로 따뜻한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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