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되는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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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제주문인협회장

지난 15일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제주 돌문화 연구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제주 돌문화 세계유산 등재를 향하여’라는 주제 발표에 이어 돌문화와 관련된 9가지 주제 발표와 토론이 열려 돌문화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그런데 ‘거욱대의 조사연구’를 발표한 강정효 사진작가로부터 제주의 많은 돌문화 유산들이 일제강점기에 제주항을 만들기 위하여, 4·3사건에는 마을을 지키기 위한 성담을 쌓으면서, 새마을 운동으로, 현재는 개발로 인하여 원형을 잃거나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문화재를 보호하는 일이 소중함을 깨달았다.

얼마 전에 노형동에 있는 고사마루길을 가다가 원주 변씨 입도 선묘가 있었던 곳에 장벽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장벽 너머에서는 건축공사를 하고 있어 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변씨 선묘에는 전설이 있다. 입도한 변씨가 황무지와 같았던 베릿가름에 살았는데. 그가 죽자 가난한 자식들은 지게송장을 하여 모시고 가다가 함박이굴에서 끈이 끊어져 더 갈 수 없자 땅을 파고 보릿대를 깔고 덮은 후 묻어드렸다. 그런데 육지에서 온 유명한 지관이 이 묘를 보고 금개판으로 했으면 자손들이 크게 발복할 묏자리라고 말했고, 금색인 보릿대를 깔고 덮어서 묻었다는 말을 듣고 그게 금개판이라고 했다. 이런 전설이 남아 있는 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으니 섭섭하기 그지없었다. 자손들이 현재의 자리보다 더 좋은 친족묘지나 가족묘지를 만들어 이장을 했겠지만 전설 하나가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형에는 개발 바람으로 광평당도 사라졌으니 전설이 남아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하나 둘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선각자들이나 향토사학자, 문화재 관련 행정관청 등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제주 곳곳에 남아 있는 문화재들을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훌륭한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향토 문화재를 복원을 할 때, 조사 연구가 부실하거나 경재적인 면, 행정편의적인 면 등으로 원형을 훼손하는 경우가 생긴다. 공사를 담당하는 행정기관이나 마을 사람들의 성급한 결정, 크기에 집착하는 등 문화재가 가진 가치를 잘 알지 못하고 사업기간에 맞추어 성급하게 공사를 끝내거나 외형을 키우고, 적당히 복원하는 바람에 원형에서 크게 벗어나게 된다. 또한 동자석은 도난과 밀반출로 골동품이나 고미술상에 의해 정원석으로 팔리고 있는데,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하여 개발을 제한 할 수는 없다. 사유재산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개인 재산을 행정기관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며,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의 생활과 편의를 위해 개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번 훼손된 문화재는 복원하기가 어려워진다. 문화재의 원형이 훼손되었을 때, 복원과정이 주먹구구식이라면 곤란하다. 문화유산은 철저한 고증을 거친 후에 원형을 살리는 방향에서 공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은 조상의 얼을 이어받는 일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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