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 기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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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편집국 부국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 기부제의 원조는 일본의 고향납세(고향세) 제도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지방 소멸 위기를 경험한 일본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08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본인의 출신지 또는 지원하고 싶은 지방자치단체에 2000엔(약 2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내면 세금 공제와 답례품이 주어졌다.

‘고향세’를 도입한 첫해에는 기부금이 850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8조원이 넘었다. 기부금이 100배나 증가해 성공적인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일본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기업·법인의 기부를 허용했고,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에도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곳간이 열악했던 지자체는 자주 재원 확보에 숨통이 트였고 지역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 지역경제에도 이바지했다. 지진 피해로 실의에 빠진 주민들에게 기부금은 큰 힘이 됐다.

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센터, 도서관 건립을 비롯해 지역 고등학교 살리기, 인재 육성을 위한 해외 유학 장학금, 천연기념물 보호 등 기부금의 쓰임새는 다양했다.

애향심을 자극했던 고향세는 모금액을 놓고 경쟁이 벌어졌다. 과일과 해산물이 대부분이었던 답례품은 호텔 숙박권, 가구·가전, 귀금속으로 확대됐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는 지자체도 나왔다. ‘기부액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을 주도록 한 정부 지침을 어기는 지자체가 속출했다.

호텔·카페, 관광지에 고향세 자동판매기를 설치, 현금과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즉석에서 답례품을 제공하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기부금을 늘리기 위해 여러 배달 사이트를 이용하는 지자체도 나왔다. 예를 들면 과일·고기 등 신선식품은 물론 지역특산물의 다양한 선택과 빠른 배송을 위해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잇츠 등 배달 사이트와 연계한 것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 기부제’를 앞두고 지자체마다 답례품 선정을 놓고 고심 중이다. 차별화된 답례품을 제공해 조금이라도 더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서다.

장흥군은 고액 기부자를 겨냥, 지역특허품인 호두를 내놓았다. ‘장흥 귀족호도박물관’을 통해 답례품으로 제공되는 손 노리개용 호두는 보급형은 1만~5만원이지만 최고가는 300만원에 달한다.

신안군은 대표 특산물인 흑산 홍어와 천일염, 새우젓과 함께 ‘벌초 대행권’을 제시했다.

영암군은 답례품으로 ‘천하장사와 함께하는 식사 데이트권’을 내놓았다. 군이 운영하는 씨름단 선수와 식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이목을 끌었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와 226개 시·군·구마다 답례품 경쟁을 벌이다보니 숙박권과 관광지 입장권은 기본이 됐다. 템플스테이, 패러글라이딩, 수상레포츠는 물론 골프 이용권까지 나왔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답례품으로 감귤·옥돔·갈치·돼지고기·고사리 등 15개 품목을 선정했다.

고향사랑 기부금은 1인당 10만원까지는 연말정산을 통해 기부금 전액을 돌려준다. 10만원까지는 기부금도 전액 돌려받고 3만원 짜리 선물을 받을 수 있어서 절세 효과가 있다.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10만원 소액 기부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일본 홋카이도 몬베츠시는 답례품으로 게와 가리비 등 해산물 제공해 가장 많은 기부액인 152억9700만엔(약 1466억원)을 모금했다.

이를 보면 청정 제주산 특산물이 답례품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0만원을 기부하는 이들에게 물류비를 포함, 맛있는 감귤을 3만원에 보내게 됐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서는 안 되지만 선물에는 정성이 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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