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품에 안은 어머니의 포근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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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모지오름(서귀포시 표선면)
장자오름에서 바라본 모지오름 산체.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는 오름의 여왕으로 불리는 따라비오름을 비롯 장자오름, 모지오름, 새끼오름 등 4개의 오름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4개의 오름은 한 가족이다.

4개의 오름 중 따라비가 가장(家長)격이다. 따라비는 따애비, 땅하래비 등으로 불리다 따라비가 됐는데, 4개 오름 중 할아버지다. 그리고 그 아들인 장자(長子)오름, 장자의 아내와 아들인 모자(母子)오름. 새끼오름은 장자오름의 동생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비오름 앞에 있는 커다란 오름이 바로 모자오름이다.

어머니가 아이를 껴안은 모습이라고 해서 모자(母子)오름, 한자어로 모자악(母子岳), 모지악(母地岳)으로 불리나 최근에는 모지오름이라는 이름으로 정착됐다.

표고 305.8m, 비고 86m에 북동쪽으로 굼부리가 벌어진 말굽형 오름이다.

모지오름을 가는 길은 따라비오름에서 대록산으로 가기 위해 하산 후 처음 만나는 삼나무숲길에서 대록산 방향이 아닌 맞은편으로 진입하면 된다.

하지만 이 코스를 택할 경우 잡목과 가시덤불 등을 헤쳐 나가야 하는 전투 모드성 구간도 곳곳에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번영로를 이용하는 것. 제주시 봉개동에서 표선 방향으로 진행 중 성읍2리 교차로를 지나 서하교차로 도착 즈음에 모지오름안내 도로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안내판을 따라 차량을 이동, 한 목장 철문 주변에 주차 후 철문을 넘어 오른쪽에 모지오름을 놓고 목장 시멘트길을 걷다가 보면 오름 아랫자락에 철문이 놓여 있다.

이 철문을 초입으로 정상까지 좌고우면(左顧右眄) 없이 곧장 위를 향해 직진하면 정상이다.

모지오름 정상의 능선길. 누군가에 의해 잘 정비돼 있어 걷기 편하다.

정상까지는 삼나무들이 군인들의 제식행렬처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좌우로 줄을 맞춰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오름을 덮고 있다.

경사가 다소 심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숨이 거칠어지지만 86m라는 비고가 말해주 듯 오래 걸리지 않아 삼나무 숲이 끝나고, 하늘이 열리며 정상 능선이다. 모지오름은 정상에서도 별다른 조망권도 없고, 볼거리도 없지만 정상 능선길이 일품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공식적인 탐방로는 없지만, 정상 능선길은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잘 정비돼 있다.

말굽형 오름 정상의 한쪽 끝에서 맞은편 끝자락까지 이어진 정상 능선길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마치 하늘 길을 걷는 기분이다.

또한 모지오름에서 이 능선길만 하늘이 열려 있고 양쪽으로 빽빽한 숲이 마치 호위병처럼 길게 늘어서 있어 자연의 보호를 받는 듯 한 느낌, 아이를 껴안은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함이 느껴진다.

조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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