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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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편집국 부국장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다. 임금과 스승, 부모는 다 같이 존경받아야 하고 귀하다는 뜻이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엄격했던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지금은 많이 허물어졌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제주에서도 올해 들어 최근까지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30건 발생했다. 지난해 40건보다 감소했지만 2020년 16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교사를 대상으로 한 상해·폭행은 2020년 1건에서 올해 들어서는 8건으로 크게 늘었다.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는 물론 협박을 당한 교사들도 있었다.

비교적 사안이 중해 전학 조치된 학생은 2020년 1명, 2021년 3명, 올해 들어서는 최근까지 4명으로 늘었다. 출석정지된 학생도 2020년 6명, 2021년 11명, 2022년 12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모 중학교 학생 1명은 교사 3명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다 전학 처분을 받았고, 또다른 중학생 1명은 교사 3명을 상대로 한 교권침해 행위로 출석정지 조치를 받았다.

최근에는 모 초등학교 여교사가 중학교 남학생으로부터 전화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었다며 학교당국에 피해를 호소하는 일이 있었다.

이 남학생은 여교사가 다니는 초등학교 학생으로부터 자신을 험담하는 말을 들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교사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제자의 허위사실 유포로 벌어진 ‘중학생 폭언’ 사건은 치욕스럽고 수치스러운 일이었지만 여교사는 중학생과 소속 학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을 위한 특별볍(교원지위법)’에 따른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 중학생은 뒤늦게 학교에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교사는 한동안 학교를 쉬고 집에서 심리적인 안정을 취해야 했다.

이처럼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또다른 한쪽에서는 교사에 의한 학생 인권침해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교사를 ‘스승’으로 보지 않고 단순히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군으로 바라보는 것이 요즘의 세태다. 실제로 올해 들어 도내에서 교사 2명이 성 비위 사건에 연루되면서 직위해제됐다.

이들 중 한 명은 지난 5월 여학생을 강제추행(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다 지난 8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달에는 또다른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같은 학교 학생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입건되는 불미스런 일이 빚어졌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2년 전에도 성범죄에 연루된 교사 2명이 징계처분을 받는 등 잊을 만하면 교사들의 성 비위 사건이 터지고 있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가 과거에는 교실에서 몽둥이를 휘두르던 교사들에 의한 일방적인 양상이었다면 근래 들어서는 교사와 학생 간 양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인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반대로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교권을 침해당하는 일이 다수 발생, 교권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 교사들의 일탈이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분위기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 있어 벽은 허물되 선은 넘지 않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들 한다. 서로의 마음은 열어두면서 최소한의 예의는 서로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이래저래 ‘스승의 길’이 점점 힘들고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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