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코트에 몰고 온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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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프로배구는 2022~2023시즌 V리그가 한창이다. 도쿄올림픽의 영웅이자 세계적 슈퍼스타 김연경이 코트에 태풍을 몰고 왔다. 그것도 몇 년 만의, 친정팀 흥국생명으로의 복귀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그가 돌아와 선 배구 경기장마다 연일 관중들로 북적대고 있다. 흥국생명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좌석이 만원인 것은 물론, TV 시청률까지 치고 오른다. 프로리그의 흥행지표인 관중과 시청률에서 엄청난 존재를 입증하고 있는 김연경.

김 선수를 배구의 여제라 부른다. 황제, 갓이라고도 한다. 게다가 식빵 언니라고도 한다. 그냥 편안해 동네 언니 같아 푸근한 얼굴에다 친밀감까지 주는 선수다. 그는 배구 선수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춘 완성형 공격수다. 공격만이 아니다. 강한 서브나 총알처럼 날아오는 공을 여유롭게 받아낸다. 마치 손에 뜰채를 들고 팔딱거리는 날 것을 걷어 올리는 어부의 억센 손길 같다. 아무렇게나 받고 걷어 올리는 게 아니다. 수비한 공이 공격으로 전환될 수 있게 하는 리시브 효율에 탁월해 혀를 차게 한다. 그만큼 그의 공 처리는 의도적이고 방향 감각적이고 치밀하다.

그가 지난 일 년 미국에서 몸만들기에 몰두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만 해도, 선수로서 나이를 극복하기 위한 극기 훈련쯤으로 흘려들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코트에 선 김연경의 배구는 전성기에 못잖게 펄펄 날고뛰었다. 처지면 192cm의 장신이 오히려 엉성해 보일 수도 있는데, 워낙 출중한 그는 다듬어진 세기까지 촘촘하고 섬세했다. 프로의 세계는 승부에 일희일비한다. 차갑다. 외국에 가 있는 동안 흥국생명이 18패를 당했던 칼텍스와의 대결에서 3대 0 셧아웃 승을 거둔 중심에 김연경이 있었다. 선수들 감회가 컸음은 알고 남을 대목이다.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흥국생명이 2위로 겅중 치고 올라오면서 현대건설의 뒤를 바짝 쫓는 양상이다. 엎치락뒤치락 순위가 바뀐다. 흥국생명이라고 방심해 될 일이겠는가.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이 충혈된 눈으로 기회를 엿보고 있어 오르락내리락 가파른 형국이다.

나는 배구 선수 김연경을 오늘의 국민적 스타로 만든 뒤안을 들여다본다. 배구는 높이다. 장대 같은 키가 블로킹으로 막아서면 철벽이다. 김연경의 큰 키가 선수로서의 역량을 결정 짓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조금만 더 짚어보면, 그가 후위일 때의 디그가 빛나는 게 아주 여실해진다. 몸을 던지고 구르며 실력을 연마한 선수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인가. 그가 기울여 온 노력은 찬탄 감이다.

그에겐 빼어난 신체적 조건이나 기량 못잖게 타고난 리더십과 훈훈한 심성과 끈끈한 결기와 강단이 있다. 핵심이다. 그게 바로 소속 팀을 원팀으로 만들어 승리로 이끄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후배가 득점에 성공하면 안아 올려 부추기고 다독이고 쓰다듬어 주며 그의 얼굴에 만발한 홍소(哄笑)….

김연경 신드롬은 응원에도 나타난다. ‘예수교는 성경, 불교는 불경, 배구는 연경’. 기막힌 발상이다. 지난번 대 인삼공사 전 응원석엔 색다른 문구가 떴다. 대형 식빵 모형에 얼굴을 파묻은 세 사람이 들고 있는 표어가 눈길을 끌었다. ‘식빵 언니 응원하러 식빵 삼총사가 왔수다.’ ‘왔수다?’, 제주서 응원하러 누가 갔었나.

김연경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내 눈은 스포츠 채널에 꽂힌다. 우리 김연경 선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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