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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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운 / 시조시인

우리나라는 산림이 국토면적의 약 63%를 차지할 만큼 그 비율이 높다. 흔히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금강산-설악산-오대산-속리산-덕유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연결되는 우리나라의 중심산줄기이다. 백두대간 중 남한 구간을 완주했다는 지인들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누구는 산이 거기에 있어 간다. 나 또한 산이 그곳에 있어 간다. 어느 산이건 산이 가진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떠나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힘들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슬쩍 떠나고 싶은 것이다.

계절 별로 변화가 있어서 계절 별로 산을 찾게 된다. 앙상한 가지 끝에 초록이 흐르는가 싶더니 꽃들이 피어 넘치고 그러다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황홀감을 주고 이제 낙엽으로 지고 다시금 앙상해지는 그 흐름을 본다.

덩치 큰 바위가 묵묵히 반겨주는 넉넉함에 끌려서 간다. 몇백 년이 지난 사찰이 주는 편안함과 포근함에 끌려서, 애틋한 설화나 민담에 끌려서 가는 것이고, 그것도 저것도 아니면 산이 나를 불러 가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자연물이든 인공물이든지 부르는 명칭이 있다. 산마다 이름이 주는 의미가 쏠쏠하고 특별한 이름을 가진 산봉우리에 끌린다. 산마다 산봉우리마다 이름이 붙은 이유를 찬찬히 살피다 보면 재미있고 흥미롭다.

지난달에는 전라남도 팔영산, 강원도 백운산과 충청남도 계룡산을 연이어 찾았다. 팔영산은 봉우리가 8개라서 팔영이라는데, 유영, 성주, 생황, 사자, 오로, 두류, 칠성, 적취까지 팔봉이다. 정작 가서 보니 선녀, 깃대까지 10봉인데 왜 팔봉에 끼지 못했을까?

옛날 중국 위魏나라 태화연간太和年間(227-231)에 팔봉의 그림자가 멀리 위주魏主의 세숫대야에 비추어 왕이 몸소 이 산을 찾아보고 비로소 그림자 영자를 붙였다고 전하기도 한다.

백운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도 전국에 10여 개가 있다. 그중에서도 전라남도의 백운산(1218m)과 강원도의 백운산(1426m)이 익숙하다. 하얀 구름이 한가로이 덮은 산, 그림 같은 풍경 그래서 흰 백에 구름 운이다.

계룡산은 또 어떤가? 닭과 용이다. 이어진 여러 개의 봉우리가 닭의 벼슬을 닮았다고 하고 그 벼슬을 쓴 용이라 하지 않는가. 이렇듯 산은 그 이름으로 재미와 흥미를 준다. 산이 있어 행복하다.

불현듯 내게 시조를 가르치면서 내일이라는 의미의 순우리말‘하제’라는 이름을 주신 선생님이 생각난다. 실한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지금 나는 어떠하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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