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농사의 신’ 자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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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국장

제주섬은 풍성한 결실의 계절로 절정을 이루고 있다. 황금빛으로 물든 감귤이 정겨운 밭담에 둘러쌓여 제주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빛내고 있다. 거센 비바람이 몰아친 태풍·땅을 메마르게 하는 가뭄 등 자연재해를 이겨낸 ‘국민과일’ 감귤이 탐스럽게 익었다. 소비자에게 맛있는 감귤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1년간 흘린 농업인의 땀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열매에 상처를 내지 않으려 하나 하나 정성껏 따내는 농부들의 바쁜 손길도 분주하다. 과수원에서는 감귤 수확을 위해 찾은 농업 노동자는 물론 제주의 협업 노동인 수눌음(품앗이) 공동체 문화도 만날 수 있다.

때맞춰 제주농업·농촌 발전에 기여한 사람을 발굴·시상하는 ‘자청비 제주농촌문화상’ 시상식이 눈길을 끌었다.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제주농협운영협의회·제주일보가 지난 22일 아스타호텔에서 공동으로 마련한 행사이다.

이 상은 하늘에서 오곡(五穀) 씨앗을 가져와 제주인의 삶을 풍요롭게 했다는 ‘농사의 신’ 자청비의 이름을 따 2019년 처음 제정됐다. 자청비는 제주에서 전승돼 온 서사무가 ‘세경본풀이’의 여자 주인공이다.

제주인에게 전해져 온 신화 속 자청비는 하늘 옥황(玉皇) 문선왕의 아들 문 도령과 만난 뒤 사랑에 빠진다. 문 도령이 하늘나라로 돌아가면서 이별하게 되자 모험에 나선다. 하늘나라 서천 꽃밭에서 멸망꽃과 생명꽃을 얻어 와 문도령을 살리고, 하늘의 난리를 진압하는 등 공을 세우게 된다. 이에 옥황상제가 자청비에게 하늘나라에서 함께 살 것을 권유하며 영토를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청비는 이를 거절하고 하늘에 있는 오곡종자의 씨앗을 인간 세상에 전하고 싶다며 승낙받았다. 결국은 제주에 농사의 풍요를 가져다 준 존재가 되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자청비 제주농촌문화상’ 수상자들은 자청비의 후예들로 손색이 없다. 양순규 열린농원 대표는 레드향 재배 선도 농가로 가온 재배, 해거리 절감을 위한 전지·전정 실증 연구 등을 통해 농가 경영비 절감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길원 제주ICT협동조합 이사장은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을 통해 농업 기술을 전파하고 농업인 지원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았다. 중문농협 희망드림봉사단(단장 조덕천)은 농촌지역 취약계층 주거 환경 개선·재능 기부, 영농철 일손 돕기 등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왔다.

그동안 농업경영 부문에서는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 명인에 선정되기도 했던 김종우 샛별감귤농장 대표, 부정선 제주물마루된장학교 대표, 양혜숙 ㈜아침미소 대표가 영예를 안았다. 농업기술 부문에서는 제주도농업기술원에 몸담은 김성용 농업연구관, 고봉철 서부농업기술센터 소장, 고순보 농업연구사가 이름을 올렸다. 농촌 문화·복지 부문에는 하귀2리민속보존회, 오라동민속보존회, 대정읍민속보존회가 수상했다.

앞으로도 ‘살아있는 농사의 신’ 자청비는 계속 탄생할 것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억척스럽게 일하며 제주농업을 이끌어가겠다는 꿈을 가진 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청정 제주의 가치와 함께 지속가능한 농업 기술 개발,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농촌문화로 미래를 선도하고 있다. 생명산업인 1차산업 현장을 묵묵히 지켜온 농업인들은 행복한 제주를 만드는 주체가 되고 있다. 풍요로운 제주를 일구려는 농업인의 역할은 결코 적지 않은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농업여신 자청비처럼 ‘자청비 제주농촌문화상’의 위상도 점차 높아질 것이다. 온갖 시련과 역경을 딛고 마침내 사랑을 쟁취하고, 농경신이 되었다고 전해오는 자청비의 후예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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