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이 입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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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수 / 시인. 수필가. 아동문학가

음식이 식탁에 올려졌다. 단체로 주문한 음식의 메뉴는 ‘돔지리’다.  깊어가는 가을 제철을 만난 음식이 아니었을까.
중년 나이에 서로 인연이 되어 만난 시간이 흘러 30년을 보냈다. 아기 자기한 삶의 애환 속에서 짧은 여행도 함께 하면서 가보고 싶고, 가볼 만한 곳을 찾아 여행지에서 소문난 맛집을 찾아 입맛 동반자가 되었다.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셔터소리에 추억으로 남은 기념 촬영한 사진 몇 장도 앨범 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 모임은 ‘한마음’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그렇게 한 세대를 걸어왔다. 
시청 근처에 자리 잡고 밥장사를 시작한 아주머니의 식당은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규모는 작지만 온 종일 손님의 발걸음은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모임자리에서 많은 대화가 오가고 있었는데, 압권은 손맛과 입맛이었다.
‘ 음식은 손맛이고, 이는 정성이 선물이죠’ 라고 힘주어 말한다. 맛이 있으려면 가성비가 좋은 식재료를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 비법이란다. 제주의 전통음식인 ‘멜국, 각재기국, 메밀국수’로 손님을 맞이한 가게 주인아주머니는 그랬다. 넉넉한 인심이 아직도 조금은 살아남아있지요. 땀 흘리면서 정성껏 만들어낸 음식맛을 보고 맛있다. 잘 먹었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식당문을 나서는 손님들에서 용기가 솟아나고 이게 에너지로 승화되어 새로운 음식을 개발해나가는데 창의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소문은 소문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손맛이 입맛이야! 바로 이 맛이지. 어머니의 손맛이고 정성이며. 손님들이 남기고 간 소중한 한 마디에 음식점의 좋은 식감을 이른 새벽에 서부두 어판장을 비롯해 동문시장, 도내 크고 작은 포구를 찾아다녔죠. 팔딱 팔딱, 도마 위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거리며 춤추는 싱싱한 그런 식감이 바로 입맛을 내는 주인공이죠. 그런 주인공을 계절 따라 제철에 맛이든 어패류를 만나려면 남보다 조금은 속도가 앞서지 않으면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하는 남편의 얘기다.
그렇다.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싱싱한 식감이 입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도 청정바다가 낳은 좋은 선물임에 틀림없다. 순간 소싯적 반찬투정을 부리던 옛 추억을 소환한다. 
곱은 손으로 우엉 밭에서 갓 캐온 배추, 눈맞은 배추잎을 손으로 잘게 짤라서 팔팔 끓이고 있는 물속으로 집어넣으면 몇 분 후에는 구수한 배추된장국이 탄생한다. 반찬이 따로 없지만, 오늘은 특별하다. 어제 오일시장에서 사온 싱싱한 고등어다. 배를 가르고 난 후 돌소금 뿌려 간을 맞춰놓은 고등어구이다. 깻묵불에 구워진 제철 만난 고등어가 아닌가. 살이 깊다. 등푸른 생선이 갈색으로 변했다. 기름기가 번득인다. 둥그렇게 둘러앉은 식구들의 밥상은 고구마가 섞인 조밥에 숫갈이 분주하게 오간다. 눈깜빡 할 사이 낭푼이 밥은 동난다. 구운 고등어 한 마리 낭푼 밥상이 그리워진다. 가을의 끝자락, 겨울이 코앞에 서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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