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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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며칠 전 남편과 5·16도로를 지나는데 나뭇잎이 얼마나 고운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참 곱다를 반복하는 나에게 남편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우리도 단풍계절이겠지 하는 것이다. 그래 맞아 우린 단풍계절이야. 저 나무들처럼 곱게 물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대답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단풍은 금세 지고말텐데 하는 생각이 드니 아쉬움과 쓸쓸함이 휭하니 스쳐지나갔다.

11월에는 겨울을 준비하는 달이다. 나무들도 나뭇잎들을 떨구며 곧 다가올 겨울을 대비한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추위에 필요가 없는 것들은 아쉬움이나 미련도 없이 다 버리고 있다.

우리 인생길의 계절은 다 다를 수 있지만 겨울이 다가오는 가을을 보내면서 삶의 여정을 돌아보며 다가올 겨울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하기에는 딱 좋은 계절이다. 자연은 때가 되면 어김없이 버릴 것은 버리며 새 계절을 맞이한다. 어떤 것들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다 버리고 없어진 것 같지만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되면 비로소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붙잡았는지 볼 수가 있다. 마치 떨군 나뭇잎들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생명들의 이불이 되어 추위를 견디게 해주고, 또한 거름이 되어 더 무성한 나무로 성장시켜주는 것처럼.

난 가을이지만 아직도 지난 계절에 대한 잔영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마치 다른 잎들은 다 떨어지는데 아직도 푸른 잎으로 가지에 달랑 붙어 있지만 제 역할을 할 수 없어 나무에는 아무 이득이 없는 잎처럼.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순간순간 그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끽했는지도 물어본다. 혹여 지난 일들에 얽매이거나 혹은 오지도 않는 내일에 대한 염려로 보아야 할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느껴야 할 것들을 아직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하고 있지나 않는지. 우리가 맞이한 계절은 멈춤이 없이 빠르게 지나갈 텐데 지금 이 계절에 무엇을 떨구며 무엇을 지켜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모든 계절은 다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며 지난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도 이제는 떨구어야 할 잎과 같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에게 한 달밖에 못 산다면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그 물음에 답을 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버릴 것이 무엇인지 떠오른다. 그리고 붙들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선명하다. 옷장을 정리하듯 내 삶도 이제 버릴 것은 미련 없이 버리며 이 아름다운 계절을 만끽해보련다. 다만 내가 붙들고 있는 것들이 우리 자녀들과 또 누군가에게 따스한 이불이 되고 거름이 되는 것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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