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준공영제 5년, 반성으로 새출발해야
버스 준공영제 5년, 반성으로 새출발해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재범, 편집국장

버스 준공영제. 제주특별자치도가 2017년 8월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함께 도입됐다. 버스의 소유와 운행은 민간 운수업체가 담당하지만, 노선·요금 조정·운행 관리는 지방정부가 맡아 합리적인 노선 체계를 구축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5년이 흐른 지금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대중교통 활성화’ 취지에 대해 도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돈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필자도 산남에서 산북으로 출퇴근할 때나 개인적인 일로 가끔 버스에 오르내릴 때면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교통카드로 1150원이라는 값싼 요금만 내고 장거리 구간을 환승까지 하며 만족해한다. 하지만 승객이 몇 명 되지 않는 ‘텅빈 대형 버스’를 보노라면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운영수지를 걱정해야 할 버스회사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정류장에 도착하는 버스는 많은데 정작 목적지로 환승하기 위해 수십분간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해진다. 서울의 마을버스 같은 중형버스를 도입하지 못한 이유, 구간·시간별 요금제 외면, 수요에 맞지 않는 노선과 배차 시간 문제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제주도가 최근 공개한 ‘버스 준공영제 성과 평가 및 개선 방안 용역-노선 개편안’ 결과에서도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버스 운행 대수가 개편 전인 2016년 544대에서 지난해 874대로 급증하면서 서비스가 확대됐다는 긍정 평가에도 부정 평가가 수두룩했다.

버스 이용객은 같은 기간 5659만9470명에서 5313만3883명으로 5년새 되레 줄었다. 1㎞당 평균 이용객은 0.59명에 불과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읍면지역 지선 버스 승객은 평균 5명도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버스업체의 적자를 메워주기 위해 제주도가 지원하는 연간 보조금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6년 109억원에서 2018년 913억원으로 늘더니 지난해 1039억원까지 급증했다. 교통 수요 효율성은 떨어지고 재정 부담만 늘어난 셈이다. 타 시·도와 비교해도 버스 보유 대수 당 재정지원금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평균 두 배 가량 높고, 운송수지는 절반 수준이다. 버스 회사 임원 인건비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재정 악화가 심해지고 버스운영지수가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제주도는 급기야 용역 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처방전을 내놓았다. 2025년까지 대중 교통 수요는 10% 증가한 7235만명을 달성하고, 서비스 15% 향상, 보조금 22% 감소 목표를 제시했다. 중복 노선 등 통폐합, 요금 인상 카드도 꺼냈다.

그런데 노선 감축안을 담은 용역 결과가 공개되자 버스업체가 반발, 최종보고서를 남겨둔 용역이 일시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대중교통체계 개편 용역 당시 민영버스 599대 운행을 기준으로 464억원의 보조금 지출을 예상했다. 결과적으로는 버스를 더 증차하고, 요금 할인 혜택을 늘리면서 두 배 이상을 더 부담한 셈이 됐다. 타 시·도에 비해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버스 대수를 운영하면서 예견된 것이었다.

그동안 과다 예산 편성을 강행한 제주도, 이를 비판하면서도 예산을 승인한 도의회는 그 과거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버스업계 경영진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보여야 한다. 오영훈 도정이 버스 준공영제 대수술을 실행에 옮길 때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