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천사의 목소리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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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진 / 동화작가

"전임 지휘자님 되시죠? 오늘 공연 축하드리고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솔로로 나온 저 소녀에게 말 좀 전해 줄 수 있나요? 천사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요. 세계적인 성악가가 될 거라고 전해 주세요.”
정나래 지휘자가 그 소녀에게 다가간다. 독일어로 말을 해서 들을 수는 없었지만 내 진심이 잘 전달되는 것 같았다. 지휘자가 말을 끝내자 이윽고 그 소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난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곧바로 칭찬의 말과 함께 넌 틀림없이 세계적인 성악가가 될 것이라고 다시 말을 해줬다. 소녀가 감사하다는 눈인사를 건네왔다.
제61회 탐라문화제 사전 음악제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난 10월 5일 저녁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독일 도르트문트 청소년합창단과 제라진 소년소녀합창단 콜라보 공연이 있었다. 전야제 성격을 띠고 있어서인가? 대극장은 만석이었고 코로나19로 대면 공연에 목말라 있던 청중들도 텅 빈 가슴을 감동으로 가득 채우는 밤이었다. 독일 청소년합창단 공연에 이어 발랄하고 귀여운 율동을 곁들인 제라진 소년소녀합창단 공연이 있었다. 피날레는 역시 독일 청소년과 우리 아이들 콜라보 공연이었다.
성악을 전공한 전임 지휘자 두 분 솔로 무대가 끝날 무렵 맨 끝단에 서 있던 흑인 소녀가 사뿐사뿐 무대 중앙으로 나와 노래하기 시작했다.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가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독일 소녀의 청아한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청중들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 난 감동으로 물든 방청석에서 한 흑인 소녀에게 빙의(憑依)된 천사의 목소리를 들었다.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아니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제주 대표 축제인 탐라문화제 최근에 끝난 서귀포칠십리축제를 비롯하여 마을 단위 축제와 읍면동 축제까지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야말로 제주는 축제 천국이다. 지역에서 수시로 열리는 버스킹까지 합한다면 매일매일이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61회 탐라문화제가 막을 내리면서 올 한 해 각종 축제도 마무리되어 가는 형국이다. 이제 환갑을 넘긴 탐라문화제가 국제 문화 교류의 경륜을 바탕으로 도르트문트 청소년합창단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 아이들 꿈을 심어주는데도 큰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주다움을 바탕으로 탐라문화제가 세계로 도약해야 하기에 하는 말이다. 
이제 가을이 온 제주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시나브로 깊어가는 이 가을 비록 국적은 다르지만 내가 건넨 말 한마디가 흑인 소녀에게 인생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십여 년 후 세계적인 프리마 돈나로 우뚝 서 탐라문화제를 다시 찾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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