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의 아들, 금융감독원 핵심 요직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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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칠 금융감독원 부원장보(5회)
장학회 도움으로 학업 마쳐…후배들을 위해 기부 선행
영국에서 MBA 취득, 미국 뉴욕사무소에서 3년간 근무
금융거래도 비대면 시대…금융소비자 피해 예방 최선
김병칠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감원 표석 앞에서 업무를 소개하고 있다.
김병칠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감원 표석 앞에서 업무를 소개하고 있다.

IMF외환위기를 겪었던 1999년 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신용관리기금이 통합돼 금융감독원이 설립됐다.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산업 발전, 금융소비자 보호를 모토로 탄생한 금감원은 금융회사에게 경찰·검찰·법원과 같은 권한을 갖고 있다. 권한에 비례해 책임과 의무가 엄격해 직원들의 주식 거래나 코인 거래를 금지한다.

제주를 포함해 전국에 11개 지원을 뒀으며, 해외 6개국에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 출신 김병칠 전략감독 담당 부원장보(53)는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는 제주인 특유의 저력으로 지난 8월 승진, 금감원에서 핵심 요직을 맡고 있다.

▲장학생으로 학교생활

김 부원장보는 1969년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에서 4남2녀 중 다섯째로 출생했다.

가족의 생계는 해녀였던 어머니가 책임졌다. 그는 신촌초등학교, 조천중학교, 오현고등학교(36회), 고려대 경영학과(88학번)를 졸업했다.

이어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2년 동안 공부하며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맨체스터대 경영대학원은 미국 스탠퍼드대와 영국 서식스대와 함께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집안이 어려워 등록금을 내기가 빠듯했던 그는 의무교육인 초등학교를 제외해 중·고·대학, 대학원까지 전액 장학금으로 학업을 마쳤다.

“중견기업 회장이 설립한 송원장학회를 통해 학비는 물론 대학생 때는 일정액의 생활비도 받았다. 가난한 학생을 도와줬던 은혜를 갚기 위해 이제는 제가 기부를 하고, 후배들을 멘토링해주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첫 직장 생활

어릴 적 수학 박사를 꿈꿨던 김 부원장보가 고려대 경영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한 가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공인회계사를 준비하던 중 1994년 대학 벽보에 붙여진 한국은행 인턴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서울 주요 대학에서 각 1명만 선발했던 한국은행 인턴에 합격, 이듬해 정식 직원이 됐다.

첫 보직은 한국은행 산하 조직인 은행감독원이었다. 그는 경영학과 재무·회계학까지 전공해 은행 감독업무가 적성에 맞았다. 1999년 은행감독원이 금융감독원으로 흡수되면서 ‘금감원맨’이 됐다.

“과거에 삼성·현대·LG·SK 등 10대 그룹이 땅을 사려면 은행감독원 도장을 받아야했다. 내가 맡은 첫 업무였다. 당시 이동통신 사업이 시작됐고, 전국에 기지국을 설치하느라 한 두 평짜리 땅을 매입한 게 연간 3000건이 넘었다. 재벌그룹 임원들이 승인서류를 갖고 3000번이나 오게 될 상황이었다. 내가 한 번에 일괄 승인해 준 기억이 난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국내 최대의 금융정보보호 컨퍼런스에서 김병칠 금감원 디지털금융감독국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국내 최대의 금융정보보호 컨퍼런스에서 김병칠 금감원 디지털금융감독국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초대 디지털금융감독국장에 오르다

그는 금감원 은행감독국, 기업금융2실에 이어 2011년부터 3년 동안 뉴욕사무소에서 근무했다.

미국 금융감독원(FINRA)의 선진화된 금융서비스와 금융감독 체계를 습득하고, 현지인과 친분을 쌓았다.

“저의 인생은 뼈 속까지 섬사람입니다. 제주에서 태어나 금감원이 있는 여의도(島)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섬나라 영국에서 유학을 했고, 뉴욕 도심인 맨해튼섬에 파견됐기 때문이죠.”

김 부원장보는 ‘2%의 법칙, 0.2%의 기적’을 설명했다.

“금감원 직원이 2000명이 넘는데 제주 출신이 정확히 2%를 차지한다. 그리고 2%의 제주 출신 중 0.2%는 어느 기관이나 조직에서도 리더 역할을 맡는다. 전국에서 제주가 차지하는 인구와 경제 규모는 약 2%다. 도세(道勢)는 약하지만 어디서든 살아남고 성공한 이들은 제주인이다. 거센 바람과 척박한 땅에서 풍요로운 제주를 만들어 낸 제주인은 무궁무진한 재주가 있다.”

업무 능력과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금감원에서 그는 지난해 2월 초대 디지털금융감독국장에 올랐다. 이어 올해 8월 임원 세대교체가 단행된 가운데 부원장보로 승진했다.

▲금융감독도 디지털 시대

“4차 혁명시대를 맞아 금융회사도 IT와의 결합은 필수다. 간편 결제·송금서비스이자 금융 핀테크에 속한 카카오·네이버페이, 토스, 뱅크샐러드가 대세가 됐다. 이제는 예금과 대출, 주식, 카드, 보험상품도 금융플랫폼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래에는 AI(인공지능)가 은행원을 대신할 것이다.”

김 부원장보는 디지털시대를 맞아 금융회사마다 ‘마이 데이터’가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개개인의 입출금과 주식·보험 등을 분석,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령, 카드결제 패턴을 분석, 최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를 제공하고, 질환·질병에 따른 병원 진료·치료를 분석해 맞춤형 보험을 설계해주는 게 ‘마이 데이터’다.

“디지털 금융시대에서는 모두가 정보를 잘 알아야 한다. 그동안 은행원과 증권맨이 금리가 낮은 대출상품과 우량주를 추천해줬지만, 비대면 시대에서는 자신이 알아서 금융정보를 찾아내고 판단, 선택해야 한다. 금감원 역시 디지털 금융감독 비중이 높아졌다.”

김 부원장보는 많은 국민들이 금융거래와 정보를 소홀해 보이스피싱이나 고금리 사채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주변 지인들의 말만 듣고 성급하게 주식 투자나 보험에 가입, 낭패를 보는 일이 있는데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감원에서 방패막을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18년 ‘토스뱅크’에 대한 은행업 인가를 심사했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은 국정과제일 정도로 정부에서 대단한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토스뱅크는 당시 준비가 덜 돼있었다. 국민들이 돈을 맡겼는데 인터넷은행이 망할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까지 꼼꼼히 들여다 본 끝에 한 차례 불허했다.

“2018년 토스뱅크를 불허하자 상당한 저항이 있었습니다. 2019년 제대로 준비를 해서 도전을 하자, 승인을 해줬죠. 인터넷뱅크는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총자산은 이미 제주은행을 추월했습니다”

▲제주도, 복합 금융위기에 대응해야

김 부원장보는 고향 제주의 경제 상황에 대해 제주지역 총생산(GRDP)과 취업률, 부동산 가격 등 중요 지표가 현재까지는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심화되는 ‘복합 금융위기’가 다가오면서 적극 투자가 아닌 수익성 방어, 안전하고 보수적인 경영과 자산운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7년 동안 금감원에 근무했고, 은행 감독의 국제적인 협력을 증대하기 위해 설립된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에서 국제 감독기준 제정 과정에 참여한 그는 “선진 금융시스템을 체험한 경험과 경력을 제주도민과 제주도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찾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말을 맺었다.

김병칠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난 9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2’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대한민국 대표 핀테크 박람회를 비롯해 글로벌 핀테크 기업 대표자와 주요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김병칠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난 9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2’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대한민국 대표 핀테크 박람회를 비롯해 글로벌 핀테크 기업 대표자와 주요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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