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신(入神)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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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기 / 시인

오늘도 인터넷 바둑을 둔다. 바둑을 취미로 40년 넘게 두어왔으나 실력이 늘지 않는다. 맨날 제자리다. 목표 없이 재미로만 두기 때문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향상이 없는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재미로 무료함을 달래기에 바둑만 한 것이 없다. 돈도 들지 않고 재미도 있으면서 굳은 머리도 써야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오락이 있을까.

고대 중국의 바둑 이론서인 「기경」 ‘13’편에 나오는 바둑의 품계에 따르면 졸렬하게나마 제 한 몸은 지킬 수 있다는 1단 ‘수졸(守拙)’에서부터 지혜를 사용할 줄 안다는 5단 ‘용지(用智)’ 가만히 앉아서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8단 ‘좌조(座照)’를 거쳐 신의 경지에 이른 실력을 9단 ‘입신(入神)’이라 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10단’은 왜 없을까이다. 신의 경지에 이른 것이지 신은 아니기 때문에 한 단계를 비워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인간의 한계를 스스로 정해 놓은 겸손이라 생각하며 선인의 가르침을 깊이 새겨 받아들인다.

운동경기인 유도나 태권도에도 바둑의 품계를 따라서 유단자들이 있으나 9단이 최고의 경지이다. 바둑이나 운동경기나 9단이 너무 많다. 바둑 9단 안에서도 실력의 차이가 너무 크니 다시 품계를 정할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 사회 도처에 9단은 많다 ‘정치 9단’이란 말이 3김(金) 시대에는 있었고 많은 국민들이 공감했다. 요즘 우리 정치를 생각하면 정치 9단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이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인데 대화도 없고 타협도 없는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 같아서 안타깝다. ‘여의도’와 ‘용산’을 보면 9단이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9단이 아니면 ‘지혜를 사용할 줄 아는’ 5단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정치혐오로 텔레비전 뉴스를 보지 않고 ‘나는 자연인이다’나 스포츠 중계, 계속 재방송이지만 다시 보는 ‘세계 테마기행’을 즐겨 본다. 거기에는 정치도 종교도 이념도 없기 때문에 온 가족이 보더라도 다툴 일이 없다. 대화와 타협으로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는 정치 9단이 빨리 나오길 기대한다.

가을은 절로 익는다. 우리 정치는 가을을 모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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