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청 제주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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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편집국 부국장

10년 전 관광 담당 기자를 맡을 때였다. 관광정책과 관광산업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기사보다는 방문객 수의 급락을 주요 기사로 다뤘다. 숲을 봐야하는데 나무를 본 셈이다.

도내에도 관광 전문가는 있었지만, 관광정책을 분석·요약·정리한 자료와 보고서는 빈약했다.

당시 관광 담당 기자들에게 제주도관광협회가 매월 제공하는 ‘관광객 입도현황’은 교과서였고, 주간 관광동향 보고서는 참고서였다.

관광 동향 보고서에는 호텔·렌터카·골프장 예약률과 항공기 탑승률 등 주요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를 토대로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가령, 도내 특급호텔 예약률이 80%가 넘으면 빈 방이 거의 없다는 얘기로, 부유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에 많이 왔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관광객 숫자만을 놓고 단편적인 기사를 쓰던 10년 전 제주시의 한 특급호텔 카지노업체가 중국 현지에 영업직원을 파견했다.

이 직원은 카지노 VIP고객을 유치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업계에서는 ‘정켓’(카지노 고객유치 브로커)이라고 불렀다. 이 직원은 중국 현지 관광 동향과 향후 제주에 입국할 방문객 수를 거의 정확히 예측했다. 덤으로 중국 기업들이 제주 관광산업에 투자할 정보까지 귀띔해줬다.

일부 기자들이 동향 파악 차원에서 이 직원에게 알음알음 물어보던 것을 넘어 나중에는 국제전화로 인터뷰까지 하면서 현재 돌아가는 관광시장에 대해 조언을 들었다.

제주관광에 변곡점을 맞이한 사건이 있었다. 2011년 9월 중국에서 건강·보건용품을 판매하는 바오젠(保健)그룹은 우수 임직원에 대한 해외여행 인센티브로 1만4000여 명을 제주에 보냈다.

한동안 제주시 연동7길은 ‘바오젠 거리’(현 누웨마루 거리)라고 불렸다. 당시 이곳은 제주의 차이나타운이었다.

음식점과 마트, 옷가게, 화장품점마다 중국어 통역이 가능하다며 입구마다 ‘中國語可’를 써 놓았다.

‘현대판 인해전술’처럼 중국인들이 제주에 밀려오면서 2011년 12월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2013년 10월에는 2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한 전문가는 “관광시장은 움직이는 생물과 같으며, 환경변화에 취약한 특성을 갖고 있다”며 동남아국가로 관광시장의 다변화를 주문했다. 당시에는 뜬금없는 얘기로 들렸지만 예언은 적중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2017년 사드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인 관광객은 뚝 끊겼다.

더구나 지난 2년간 지속된 코로나19는 제주관광 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심각한 침체를 겪은 관광시장의 빠른 회복과 재도약, 해외 관광객 유치, 지역경제 활력을 위해 관광청 제주 신설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제주 방문 유세에 이어 당선인 시절 “한국 관광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독립외청인 ‘관광청’을 제주에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6일 발표한 정부 조직개편안에 관광청 신설이 빠지면서 약속 파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제주 홀대론을 넘어 가쁜 숨을 쉬면서 생존하려는 제주 관광시장에 청진기조차 갖다 대지 못한 형국이다.

1960년 태국관광청에 이어 1964년 싱가포르관광청, 2008년 일본관광청이 신설돼 국가 여행산업을 총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 종식 이후 해외 관광객 유치는 물론 관광산업 개편을 주도할 관광청 신설이 그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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