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베이스 불모지 한국에서 희망을 쏘아 올렸다"
"데이터베이스 불모지 한국에서 희망을 쏘아 올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윤정일 실크로드소프트 대표, 외국산 독점했던 DB시장에 혁신 불러와
중국 거대 기업, 수 천억원 인수 제의 거절..."기술 넘겼으면 국부 유출"
업무 중단 없이 데이터 이동·복제 가능한 ‘실크로드 소프트웨어’ 개발
윤정일 실크로드소프트 대표가 경기 수원 광교테크노밸리에 있는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정일 실크로드소프트 대표가 경기 수원 광교테크노밸리에 있는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데이터베이스(DB) 복제 기술로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내겠습니다.”

2015년 실크로드소프트를 창업한 제주 출신 윤정일 대표이사(39)는 영업 중단 없이 데이터를 복제하면서 실시간 동기화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외국산이 독점했던 DB시장에 혁신을 불러왔다.

중국의 국민 메신저 QQ,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는 2000억원을 줄 테니 자회사로 오라고 했다.

윤 대표는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자금력을 과시했던 중국의 알리바바, 화웨이는 어느덧 실크로드소프트의 고객사가 됐다.

경기도 수원 광교테크노밸리에 둥지를 튼 이 회사의 직원은 30명, 올해 예상 매출액은 50억원이다.

윤 대표가 2000억원의 인수 제의를 거절한 이유는 뭘까.

“어릴 때 천막에 살 정도로 집안이 가난했다. 항상 손에 쥔 것이 없다보니 지금도 물욕에 관심이 없다. 이 기술을 중국에 팔았으면 국부 유출이나 다름없었다. 고비는 있었지만 억척스러운 제주인의 피를 물려받아서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다.”

IT시대에 데이터를 생산하고 그 데이터를 전달하는 것은 세상을 움직이고 지배하는 방식이 됐다. 데이터가 축적된 전산망을 해커가 공격하면 일상이 마비되는 사태를 우리는 겪어왔다.

반세기 동안 전 세계 데이터베이스 시장을 지배해 온 기업이 미국 오라클(Oracle)이다. 오라클의 기술 덕분에 비행기 티켓을 예매할 수 있고 현금자동지급기(ATM)가 운영되고 있다.

개인컴퓨터 운영 체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가 보편화됐지만, 전산센터를 갖춘 기업과 기관은 오라클을 사용한다.

그런데 기업 경영자들은 오라클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혀를 내두른다. 연간 사용료와 운영비가 적게는 수 백억원, 많게는 수 천억원이 들기 때문이다.

IT천재들이 모인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아마존은 오라클이 지배한 DB시장을 넘봤으나 원천 기술에 대한 비밀을 풀지 못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를 끌어와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게 문제가 됐다. 데이트를 복제하는 동안에도 영업은 계속 이뤄져야 하지만 실시간 동기화는 난관에 봉착했다.

특히 데이터가 깨져도 ‘리두 로그(Redo Log)’ 기록만 있으면 원상 복구가 가능하다. 글로벌 기업들은 오라클의 리두 로그 파일을 도저히 해석할 수 없어서 손을 들었다.

윤 대표는 데이터베이스 불모지인 한국에서 한 줄기 희망을 쏘아 올렸다. 데이터를 이동하는데 시간 지연 없이 복제가 가능하고, 데이터 이동·복제 중에도 업무 중단 없이 실시간 동기화를 할 수 있는 ‘실크로드’를 개발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