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7주년] 에너지 혁신 ‘수소’...그린수소로 제주는 탄소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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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태양, 물로 제주 에너지 대전환...전 세계가 수소산업 육성 위한 총성 없는 전쟁
제주서 그린수소 생산 실증 첫 성공, 대규모 생산 추진...제주도, 자립형 수소경제 목표

제주에서 발전되는 재생에너지로 무궁무진한 자원인 수소에너지를 생산하고, 교통과 수송, 발전, 기업과 가정 등 사회 모든 분야의 에너지로 활용한다. 제주도가 그리고 있는 미래의 에너지 혁신 모델이다.

수소는 탄소를 내뿜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수소경제를 선점하기 위해 전 세계는 물론 우리 정부와 전국의 지자체, 민간기업들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탄소중립, 친환경 재생에너지의 메카인 제주 역시 에너지 혁신 ‘수소경제’를 기반으로 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왜 수소인가?

원소기호가 ‘H’인 수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무색, 무미, 무취의 기체로 천연 그대로 존재하는 일은 드물고, 산소와 결합한 물(H2O)처럼 대개 다른 원소와 결합된 상태로 지구상에 다량으로 존재한다.

수소가 연료로 각광 받는 이유는 탄소가 없으면서 청정하고 생산·저장·운반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물과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서로 다른 원료로부터 생산할 수 있다. 수소를 원료로 에너지를 만들고, 교통·발전·산업·가정 등 사회 전반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의 95% 이상을 수입한다. 반면 수소는 언제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수소에너지를 일정 부문 자급하게 되면 안정적인 경제 성장과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수소는 탄소 위주에서 탄소중립시대로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수소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고, 부산물은 물뿐이다. 나아가 생산, 저장, 운송, 활용 등 공급망 전반에 걸쳐 관련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수소는 또한 안전한 에너지로 평가받는다. 수소의 종합적인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도시가스보다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수소차의 연료인 수소는 수소폭탄에 사용되는 중수소·삼중수소와 다르며 자연상태에서는 수소가 중수소나 삼중수소가 될 수 없다.

▲수소경제와 총성 없는 전쟁

수소경제는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경제산업 구조를 말한다. 화석연료 중심의 현재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자동차, 선박, 열차, 기계, 전기발전 열 생산을 늘리고, 이를 위해 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저장·운송하는데 필요한 모든 분야의 산업과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경제시스템이다.

수소는 폭발적인 성장력을 가진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평가된다. 수소경제를 선점하기 위해 전 세계가 이미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93개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채택했고, 한국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중국, EU 27개국, 일본, 뉴질랜드, 미국, 영국 등 39개 국이 수소 관련 정책(2021년 기준)을 마련했다.

탄소 중립이 달성된다는 전제하에 수요량은 2030년 2억4000톤, 50년 6억6000톤 수준에 달해 최종 에너지 수요의 약 22%를 차지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가 2020년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컨설팅 기관인 맥킨지는 2050년 수소가 글로벌 에너지 수요의 18%를 담당해 이산화탄소를 매년 60억톤 가량 감축하고, 수소 및 관련 장비에서 연간 2조5000억달러 규모의 시장과 3000만개 이상의 누적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서는 수소 시장규모(골드만삭스)가 2050년 12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국내 수소경제 경쟁

우리 정부는 2018년 8월 혁신성장전략투자방향에서 수소경제를 3대 투자 분야 중 하나로 선정했다. 수소경제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2019년 1월에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마련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수소경제 성과 및 수소선도국가 비전을, 11월에는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약을 목표로, 청정수소경제로의 대전환에 나섰다.

정부는 이행 기본계획에서 2050년 수소 수요 약 2790만톤 100% 청정수소로 공급, 수소로 확석연료발전 전환, 버스·선박·드론 등 수소 모빌리티 다양화, 철강·화학 등 산업공정 연료·원로 수소 대체, 2025년까지 전국 시군구에 1기 이상 수소충전소 구축, 수소항만 조성, 2040년 해양그린수소 12만톤 생산 등 수소경제를 향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민간기업도 청정수소 생산, 액화수소 생산·유통, 수소연료전지와 다양한 수소모빌리티 보급 확대 등에 2030년까지 약 43조원+α(알파)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각 지역에서도 수소경제로 육성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수소 클러스터·도시·규제특구 방안을 제시했다.

수소 생태계를 조성하는 수소 클러스터는 인천(부생·바이오수소 생산), 전북(새만금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 강원(수소 저장·운송 인프라), 경북(수소 연료전지), 울산(수소모빌리티) 등 5개 지역에서 추진된다.

또한 수소도시 시범도시로 울산, 안산, 전주·완주가 선정됐고, 규제자유특구로는 울산(수소 그린모빌리티), 강원(액화수소산업), 충남(수소에너지 전환), 충북(그린수소산업), 부산(암모니아 친환경에너지) 등 5개 지역을 지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인천 청라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특화단지, 충남 보령에 블루수소 생산기지 사업 등 전국적으로 지역의 산업과 특징을 바탕으로 수소경제를 육성하기 위한 사업들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주의 그린수소

수소 클러스터, 수소도시, 규제자유특구 등 전국적으로 추진되는 수소경제산업에서 제주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제주가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늦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제주지역은 국내 최고의 신재생너지를 생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전 세계가 지향하는 그린수소의 최적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제주에서는 전국 처음으로 그린수소 생산 실증 사업이 성공했다.

제주형 수소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을 주목해야 한다.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이 메탄과 고온 수증기를 촉매 반응해 생산하는데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95%를 차지한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서 생산하고, 브라운수소(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화학반응에 의해 부수적으로 생산되는 수소다. 부생수소는 경제성이 높지만 외부로 공급 가능한 양이 제한적이다.

수전해수소는 전기로 물(H2O)을 분해해 생산한다. 친환경이기 때문에 ‘그린수소’라고 불린다. 그린수소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한다. 온실가스를 발생하지 않지만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 해수전해는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물을 해수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무공무진한 물, 해수를 수소에너지로 만드는 것이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제주가 최적지라는 평가다. 특히 풍력에너지 등 재생에너지가 남아돌아 출력제한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는 재생에너지로 청정 에너지인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제주에너지공사가 분석한 제주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전망에 따르면 2034년 제주지역 재생에너지 제어량은 총 2931GWh로 제어횟수는 326회, 제어시간은 4116시간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한 손실은 5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렇게 남아도는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모바일, 산업과 가정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수소에너지는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문제를 해소하고, 나아가 에너지 혁신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미래의 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린수소 생산 박차

제주에서는 이미 그린수소 생산이 성공했고, 그 규모를 확대하는 사업들이 추진 중이다.

한국중부발전은 지난해 제주 상명풍력발전에서 국내 처음으로 바람을 이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실증 사업을 성공했다. 

한국남부발전은 제주 동복·북촌 풍력단지 내에서 네 가지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에너지공사, 제주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기술공사, SK 플러그하이버스, SK 에코플랜트, 지필로스, 선보유니텍, 제주대학교,YEST,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미래기준연구소, 코하이젠, 현대자동차 등 16개 공공기관과 연구소, 민간기업이 참여하고, 국비 296억원, 민간 324억원 등 620억원이 투자된다.

남부발전 컨소시엄은 제주도 내에 12.5㎿급 수전해 그린수소 설비를 구축해 연간 1200톤 규모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이는 수소차동차를 하루에 500대 가량 충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개발이 종료된 이후에는 20년간 사업화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제주에너지공사가 주관하고 11개 기관과 기업이 참여하는 3㎿급 그린수소 생산 및 저장 기술개발 사업도 구좌읍 행원리 일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에는 국비 135억원, 도비 17억원 민간 73억원 등 총 225억원이 투입된다. 

에너지공사는 내년에는 하루 평균 수소 200㎏을 생산해 수소버스 9대를 운영한다는 목표다.

이처럼 제주에서는 재생에너지와 물을 이용한 그린수소가 생산되고 있고, 활용을 앞두고 있다.

▲제주형 수소경제

제주도는 그린수소 생산에 이어 그린수소를 보급하고 활용해 명실상부한 수소경제와 수소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탄소중립과 탄소제로2030 달성을 위한 ‘자립형 제주 그린수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거점별로 그린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대한민국의 그린수소 거점도시로 성장해 나간다는 목표다. 아울러 충선소 등 에너지스테이션을 구축해 그린수소를 보급하고, 시내외버스, 청소차를 시작으로 트램, 선박, 농기계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한편 교통, 발전, 가정 등 전 분야의 에너지를 수소로 전환하는 비전을 만들고 있다.

제주형 수소경제는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과 잉여전력을 활용하고, 분산에너지 산업과 연계한 차별화된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분산에너지는 기존 화력 발전의 중앙형이 아니라 제주도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각자의 독립된 분산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분산에너지를 연계한 실질적인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청정한 그린수소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 수소경제의 과제

제주가 그리는 ‘수소경제 1번지’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제주도민의 이해와 수용성을 기반으로 도민 주도의 수소경제가 추진돼야 한다. 수소산업에 대한 경제성과 안전관리 강화 등으로 수용성을 확대하고, 수소경제가 도민 소득 창출, 일자리 창출 등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수소경제로의 정의로운 전환도 필요하다. 수소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을 보호하고, 사회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린수소의 약점 중 하나로 제기되는 경제성도 확보해야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계적으로 경제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기술 확보가 우선이다. 정부도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의 대규모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생산단가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전문인력 양성과 민간기업 유치도 필요하다. 현재 도내에 수소 전문기업은 거의 없고,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학계와 전문연구기관, 민간기업 간의 협력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오영훈 지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주를 수소경제 메카로 만들고자 한다. 제주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그린수소 기반의 수소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3㎿급, 10㎿급 수소생산단지를 구축 중이며 2026년에는 1일 3톤 이상의 수소가 생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소충전소 수소생산기지 관련 실증사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업 실현이 시작되고 있다고 본다”면서 “수소경제 성공적 안착을 위해 도입 초기에는 버스, 관용차, 청소차 등 공공분야에 우선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농기계, 선박, 트램, 수소발전, 수소항만 등 민간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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