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7주년] 고독사·범죄 노출 나홀로 세대 급증…지원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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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 - 고립 위험 위기의 1인 가구]
지난해 1인 가구 수 8만8683명...2015년 대비 3만237명 늘어
사회 활동 감소로 고립 문제 대두...5년간 무연고 사망자 282명
道 복지 강화·사회안전망 구축 착수...컨트롤 타워 부재 등 과제

제주시에 혼자 생활하는 A씨(90)는 매일 같이 낡은 유모차를 끌고 폐지와 고철을 수집하러 다니고 있다. 몸이 불편해 일을 할 수도 없는 데다 노령연금만으로는 집세와 병원비 등을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자녀가 4명이나 되지만 모두 다른 지역에 사는 데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손을 벌리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제주시에 거주하는 B씨(60)가 자신의 집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되는 일도 발생했다. 주변과 교류가 없는 은둔형 1인 가구였던 B씨는 시신을 수습할 가족과 친인척조차 없어 제주시의 지원을 받아 쓸쓸한 장례를 치러야 했다.

이처럼 최근 제주지역에 고령층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홀로 거주하는 1인 가구 수가 크게 늘면서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한 제주특별자치도가 1인 가구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다양한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관련 사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조차 없는 등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도내 1인 가구 8만8683명...6년간 51% 증가

제주지역 1인 가구 수는 2015년 5만8446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지난해에는 8만8683명이 홀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6년간 3만237명(51.7%)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도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5년 26.5%에서 지난해에는 32.7%로 증가했다. 3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인 것이다.

연령별로 보면 20~39세 청년층이 2015년 1만6414명에서 지난해 2만5974명으로 58.2% 증가하면서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이어 40세부터 64세까지 중장년층이 2015년 2만7761명에서 지난해 4만1754명으로 50.4% 증가했고 65세 이상 노년층 역시 2015년 1만3720명에서 지난해 2만557명으로 49.9% 늘었다.

또 성별로 보면 2015년에는 여성 1인 가구가 2만9500명, 남성이 2만8946명으로 여성이 조금 더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남성이 4만4806명, 여성은 4만3877명으로 남성 1인 가구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1인 가구가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사회활동 참여 감소에 따른 고독사다.

실제 보건복지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제주지역 무연고 사망자가 2018년 46명, 2019년 48명, 2020년 72명, 지난해 61명, 올해 6월까지 55명이 발생하는 등 최근 5년간 282명이 쓸쓸하게 숨을 거뒀다.

또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질병 등 비상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부담이 커지게 된다.

또 1인 가구가 늘어날수록 주택 수요를 증가시켜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며 출산률 감소와 식료품비와 교육비와 같은 가계지출 감소에 따른 경제규모 축소 등의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제주도 1인 가구 증가 대비 복지사업 확대

제주특별자치도는 1인 가구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제주도는 2020년 ‘제주특별자치도 1인 가구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도내 1인 가구의 정확한 규모의 실태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관련 정책과 지원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제주지역 1인 가구 실태조사 및 지원계획 수립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1인 가구 복지 강화와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홀로사는노인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며 홀로 사는 노인 가구 발굴과 현장 방문을 통한 생활 환경 관리, 고독사와 우울증 예방을 위한 정서적 안정 프로그램 지원 등의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중장년층 1인 가구 고독사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건강음료 배달원이 음료를 배달하며 안전을 확인하는 ‘장년층 1인 가구 안전확인 건강음료 지원사업’과 전기·통신 데이터 사용량 등을 점검하며 고위험군 1인 가구를 보호하는 ‘빅데이터 활용 안부살피미 지원사업’ 등을 추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1인 가구 지원 사업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도 없이 사업 규모 확장에만 치중하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현재 제주도가 추진하는 1인 가구 지원 사업들을 살펴보면 주거복지사업과 1인 가구 안부 살피미 등 주거 지원과 안전 확보를 위한 지원 사업들은 제주도 건축지적과와 성평등정책관, 노인장수복지과, 행정시 주민복지과 등에서 추진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 공감형 말벗 로봇 보급과 1인 가구 자기돌봄 프로그램 등 사회적 연결망 강화 사업들은 제주도 노여성가족청소년과, 행정시 노인장애인과와 여성가족과 등이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부서별로 각자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같은 내용의 사업이 각기 다른 부서에서 중복 추진되는 등의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도내 한 사회복지사는 “지금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은 생활 수준이나 경제 상황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 기록을 토대로 이뤄지면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숨어있는 1인 가구의 발굴과 지원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1인 가구 지원 사업들이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다. 단순히 사업량을 늘리고 대상자를 늘리는 외연 확대보다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발굴·선별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가 운영하고 있는 1인 가구 건강음료 배달사업.
제주도가 운영하고 있는 1인 가구 건강음료 배달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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