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7주년] 불안한 미래에 돌아오지 않는 청년...탈제주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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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3년새 9000여 명 줄어
지난해 수도권 유출률 26.8%
기업 규모 영세·질 낮은 일자리
급여 수준은 전국에서 '꼴찌'
수도권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만족 높은 양질의 일자리 요구돼
제주 청년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통계 지표들.

제주 인구가 70만명을 넘어섰지만 그 속에는 청년인구 감소라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제주 청년 유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속도가 점점 빨라 지고 있다. 청년들의 탈제주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 청년의 현주소를 조명하고 문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이왕이면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고향에서 취업하고 싶지만 제주는 일자리가 너무 한정돼 있습니다. 결국 전공을 살려 제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서울로 갈 수 밖 없습니다. ”

제주 출신으로 제주 소재 대학교에서 패션 계열을 전공한 이현경씨(27·가명)는 지난 6월부터 서울에 있는 한 잡지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이씨는 계약기간이 끝나는 오는 12월이면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들어가야 하지만 제주에는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아 서울에 남아 직장을 구하기로 결심했다.

제주의 한 대학교 간호학과를 나온 임지은씨(25·가명)도 상황은 비슷하다.

임씨는 2년째 수도권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지만 타지생활이 녹록지 않아 고향인 제주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나 고민이 많다. 하지만 현재 다니고 있는 병원과 제주지역 병원 보수의 차이가 커 귀향을 망설이고 있다.

▲청년세대 ‘탈제주’ 현실화

제주를 이탈하는 청년들이 해마다 늘고 있어 청년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통계를 분석한 결과 제주지역 청년인구(19세~39세)는 2021년말 16만8726명으로 2018년 17만7689명, 2019년 17만5753명, 2020년 17만3011명에 이어 3년 연속 줄었다. 이 기간 동안 8963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제주를 빠져나간 셈이다.

제주 전체 인구가 2018년 66만7191명에서 지난해 67만6759명으로 9568명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올해도 지난 7월까지 20대에서만 1039명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대학졸업자의 지역 간 이동과 노동시장 성과’ 보고서에서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10년 전보다 가속화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청년들의 수도권 유출률은 26.8%로 2010년 20.8%보다 6%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보수·실업률...삼중고 짊어진 청년들

청년 유출은 청년들이 다양한 일자리가 포진돼 있고 비교적 임금 수준이 높은 수도권 취업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경우 부가가치가 높은 4차 산업이 발달해 있고 다양한 산업의 회사들이 입지해 있어 보수가 높지만 제주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등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영세하고 관광산업에 기반을 관광·서비스 직종에 일자리가 몰려 있는 등 일자리 질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2019년 기준 제주 사업체 현황을 보면 숙박·음식점이 29.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를 도매·소매업 23%, 운수·창고업 9%, 협회·단체·기타 개인 서비스업 8.7% 교육서비스업 4.3% 등이 이었다.

반면 부가가치가 높고 소득이 많은 전문 과학·기술서비스업은 2%, 정보통신업은 0.5%, 예술 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도 2.9%에 불과했다.

전체 사업체 가운데 종사자 수 5인 미만 사업장은 81.9%, 5인 이상 9인 미만 사업장은 11.4%로 나타났다. 소규모 사업장이 전체 사업체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급여 수준 또한 전국 최하위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의 ‘광역자치단체별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현황’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제주의 1인당 총 급여액은 3270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였다.

가장 높은 세종(4520만원)과는 1250만원 차이 났고 전국 평균(3830만원)보다도 560만원 적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주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2018년 5.1%, 2019년 5.3%, 2020년 6.8%, 지난해 7.8%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고용 시장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어 청년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제주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갖가지 스펙을 쌓고, 직업 교육을 받는 것이 당연해진 요즘 청년들은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한 세대’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하지만, 정작 지역 사회에 있는 일자리는 눈이 높아진 청년들의 만족도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결국 수도권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수준의 보수, 복지 등을 보장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청년센터 박경덕 센터장이 제주 청년 유출과 관련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다양한 제주 청년들과 만나며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눠온 제주청년센터 박경덕 센터장은 “청년인구 유출은 지역사회 고령화를 심화시켜 궁극적으로 지역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나서 지역 특색에 맞는 신성장산업을 육성하고, 청년들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청년은 연령대별로 학생, 구직기, 직장인, 이직기, 신혼기, 육아기 등 세분화할 수 있는데 여기에 ‘MZ세대’라는 세대 특성이 더해져 세밀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박 센터장은 “청년 인구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주거 등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청년 스스로 인생의 설계자가 될 수 있도록 촘촘하게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들 또한 스스로 문제 해결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이 스스로 필요한 정책, 지원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정책 담론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박 센터장은 문화·예술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도 청년 유출을 막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조언했다.

그는 “청년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15% 정도가 문화적 소외감을 느끼며 이 중 대다수가 문화·예술 활동을 위해 타지로 나간 적이 있다고 답했다”며 “지역사회에서도 문화적욕구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도록 흥미로운 콘텐츠 개발한다면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제주로 와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센터장은 “청년을 지원이 대상이 아닌 정책 수립의 주체로 인정하고 소통을 통해 청년이 진정을 원하는 바를 구현해 낸다면 청년층의 제주 이탈은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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