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목백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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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운 시조시인

덥다고 비명 지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 데 이제는 조금씩 물러나고 있다. 여름이 무르익은 7월 중순에 ‘섬에서 섬으로 떠나는 여행’이란 주제로 진도 역사문화 탐방을 다녀왔다. 마지막 날에 상만리 오층석탑을 만나러 나섰다. 마을 어귀에 600여 년이 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자나무가 방문객들을 굽어보며 버티고 있었다. 천천히 걸어 구암사로 향했다. 해탈문 뒤로‘삶은 여행처럼’이란 현판이 떡하니 걸려 있었다.
구암사로 들어가는 길가에 백일홍이 활짝 피어 우리 일행을 반겨 주었다. 백일초라고도 하는 데 백일동안 붉게 핀다는 뜻이라고 한다. 대개는 7월에서 10월까지 꽃을 피우는데 꽃 이름을 보고 붉은색 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여러 가지 색깔이 있다. 붉은색, 주황색. 보라색, 흰색, 노란색 다양한 색깔이 있다. 
백일홍은 색깔마다 꽃말이 다르다고 하는데 꽃에 깃든 전설의 내용처럼 대표적인 꽃말은 ‘인연, 그리움’이다.
배롱나무의 꽃을 백일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배롱나무를 목백일홍이라 부르는데 붉은 꽃만 피는 것이 아니라 하얀 꽃이 피는 목백일홍도 있다. 이렇게 백일홍과 배롱나무를 백일홍이니 목백일홍이니 부르고 있지만 별 연관이 없는 전혀 다른 꽃과 나무다.
2년 전 옆집에 사는 지인이 건넨 어린 배롱나무를 한 그루 심었다. 대개의 나무들은 어려도 조금이라도 꽃을 피우는데 배롱나무는 꽃을 피울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올해에 드디어 마당 한구석에서 붉은 꽃송이를 만났다. 어찌나 반가운지 단숨에 달려가 이리저리 뜯어보기도 하고, 만져 보기도 했다. 딸랑 하나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여기저기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석 달 열흘 백날을 핀다고 해서 백일홍이라 부르는가 보다.
배롱나무의 꽃은 대개 7월에서 9월까지 핀다. 도종환 시인은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라 ‘수 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또 피워 올린다고 노래했다.
내게 아름다운 꽃을 보여주기 위해 어제인가 그제인가 하면서 기다림을 주었나 싶다. 배롱나무의 꽃말은 ‘부귀’라 한다. 오랫동안 꽃을 피워주니 가히 부귀라 하겠다. 
나무가 껍질을 벗어내는 특징이 있어 속세의 묵은 때를 벗어내라는 의미로 사찰에 심기도 하고 서원이나 향교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 제주에서는 묘소 주변에 많이 심었다. 
살다 보면 묵은 껍질을 벗겨 내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그런 날들이 있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을 넘긴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이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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