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했다고 실패자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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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민, 제주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정신과를 찾아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업이나 결혼 등 인생에서 중요한 일에 실패하고 좌절, 우울, 불안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였는데 내가 다 망쳤다. 얼굴을 들고 회사에 다닐 수 없다. 다들 나 보고 수군대는 거 같아 일할 수가 없다.’, ‘내가 이혼을 해서 가족들을 실망시켰어요. 내 인생은 끝났어요. 나는 실패자예요.’ 진료실에서 정말 좌절하고 상심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이럴 때 안타까운 것은 삶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불행한 일로 자신을 평가하고 비난한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사건이나 일이 촉발한 부정적인 관점은 점점 확대되어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내 주변의 세상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결국에는 현재뿐만 아니라 아직 오지도 않은 먼 미래까지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승진 시험을 잘 보지 못해 승진하지 못한 일 하나로, 자신을 비하하고 부정적 사고를 키워갑니다. 나는 쓸모없는 실패자일 뿐이야. 회사에서 받는 월급을 받을 자격이 없는 인간이야. 나는 항상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켜. 내가 하는 일은 다 실패하지. 나는 인생의 낙오자야. 이런 말들로 자기 자신을 규정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합니다. 또한, 타인과 주변 세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봅니다. 세상에 내 편은 절대 없어. 승진절차가 공정할 리 없지. 내 주변에는 왜 좋은 사람이 없을까? 다들 나를 이용만 하려고 하는 게 분명해. 이런 극단적이고 왜곡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분노합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승진을 못 했다는 사실 하나로 나는 다음에도 승진은 글렀어. 나 같은 사람한테 좋은 일이 생길 리가 없어. 계속 실패할 건데 내가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미래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전망하며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듭니다.

이런 왜곡되고 극단적인 부정적 사고가 지속되면 그 힘든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가만히 현재 상황을 바라보면 나는 지금 승진을 못 한 것뿐입니다. 과거에는 승진한 적도 있고 시험에 합격한 적도 있으니 나는 항상 실패한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 성공한 경험이 있듯 미래에도 내가 생각지도 못한 시기에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어려운 상황에서 또다시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한번 실패를 했다 해서 나를 실패자라고 정해버리면, 그럴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떨어질 걸 알고 시험을 보는 사람이 시험을 잘 보기는 어려우니까요. 부정적인 사고가 나를 압도할 때는 한 번 쉬어가야 합니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현재 상황을 바라보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합니다. 나는 지금 실패했지만, 그게 다야. 이번에 떨어진 것뿐이야. 이번 결과가 다음 결과를 결정하지는 않아. 다음 기회에는 좀 다르게 해보자. 비록 이번에는 잘 안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알았어. 이렇게 실패 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를 성공한 사람으로 생각하느냐, 실패한 사람으로 생각하느냐는 나에게 달려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는 실패자는 아니야. 라고 자신을 다독여주시면 어떨까요. 내가 스스로에게 주는 격려가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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