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91세 일기로 타계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제주도를 포함해 생전 4차례나 방한했을 정도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냉전 종식으로 세계사 전환기의 물꼬를 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생전 노태우·김대중 전 대통령과 두루 만남을 가졌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1991년 4월 20일 소련 지도자로서 처음 한국을 방문,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제주신라호텔에서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는 한반도 긴장완화, 한·소 공식수교 후 관계 개선, 서울올림픽 과정에서 소련 역할론 등 다양한 의제가 다뤄졌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제주로 초청한 배경에 대해 “제주도는 신혼부부가 찾는 곳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 내외가 신혼부부라는 심정으로 성심껏 대하고 싶다”며 우의를 전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몹시 아름다운 제주도에서의 회담인 만큼 성공적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화답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2001년 11월 한·소 수교 10주년 계기로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오찬을 했다. 199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과 10년 뒤 수상한 김 전 대통령의 만남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주목 받았다.
그해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제주를 찾아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을 10년 만에 재회했다. 1991년 한·소 정상회담 장소에서 역사적 순간을 공유했다.
노 전 대통령은 “반가운 마음에 정상회담 당시의 참모들을 모두 참석토록 했다”며 “1991년의 한·소 정상회담은 내 생애에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당시 나 스스로도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면서 “다시 만나서 반갑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