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과 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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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호 수필가

눈길 닿는 곳마다 태극기가 펄럭인다. 광복절이다. 대문 앞에, 아파트 베란다에, 대로변 가로등마다 화관무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바람결이 인도하는 대로 저 나름의 단아한 모습으로 비정형의 춤사위를 벌이고 있다. 마냥 흐뭇하고 눈이 호사하는 모습이다. 국경일 중에서도 유독 광복절에는 잊지 않고 태극기를 게양하는 집이 대부분이다. 나라를 빼앗겼던 설움이 손가락에 박힌 가시처럼 우리 국민들의 가슴 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국기는 그 나라의 대표적 상징이다. 그런 까닭에 굵직한 행사가 열리는 곳엔 어김없이 만국기를 걸어 놓는 게 아닐까. 이제는 기억의 저편에서 퇴색해 가는 초등학교 운동회를 반추(反芻)할 때마다 가장 먼저 또렷이 재생되는 것 또한 만국기가 펄럭이는 모습이 아니던가. 그 중 특히 돋보이는 것은 태극기다.

유채색과 무채색의 적절한 조화, 동양화의 여백을 품은 여유로움이 번지는 하얀 바탕, 결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는 태극 문양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태극기의 유래는 1882년 박영효가 수신사로 일본에 갈 때 선상에서 만들어 사용했다는 사화기략(使和記略)’의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태극기의 흰색 바탕은 밝음·순수·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성을 나타낸다. 그리고 태극 문양은 음(청색)과 양(적색)의 조화를 바탕으로 우주 만물이 생성·발전하는 대자연의 섭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네 모서리의 건곤감리(乾坤坎離) 4()는 태극을 중심으로 조화롭게 배치되어 균제미(均齊美)를 느끼게 하는데, 각각 하늘···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서 효(: --, )의 조합을 통해 음양의 변화와 발전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니 이 어찌 지혜롭다 하지 않으랴.

그런데 광복절과 관련하여 숙고해야 할 점이 있다. 간혹 무의식적으로 광복해방이라는 용어를 혼용하는 일이 있는데, 이는 분명히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고 본다. 사전적 의미로 광복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음’, ‘해방구속이나 억압, 부담 따위에서 벗어나게 함을 말한다. 1945815일은 일제의 억압에서 해방된 날이다. 순국한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을 토대로 주권 국가로서 다시 건국한 것은 1948815일이므로 필자는 이때를 광복절 기산일(起算日)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도 학계나 언론계에선 의견이 분분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우리 민족의 역사적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기에 차제에 제대로 정립하여 후대에 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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