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완지 또는 바랭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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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권일, 농업인·삼성여고 이사장

폭염 뚫고 기세등등. 농장을 점령한 무성한 잡초들 보면 소름이 돋는다. 얼마나 끈질기고 극성스러운지, 일껏 제초하고 뒤돌아 보면, 또 그만큼 자라나 있다. 하지만 그것들도 어떻든 살아남아 후손들을 남기겠다는 연명(延命)의 처세(處世)인 만큼, 막무가내로 탓할 일만도 아니다. 애초에 잡초라는 이름부터가, 인간 이기주의의 명명(命名)이 아니던가. 지구 위 생명체들에겐, 천부(天賦)의 생존 가치와 각자의 정명(正名)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인간의 안녕을 떠받들고 복종하는 것들은 인정을 받지만, 반대편 것들은 모두 적으로 간주되고 제거 대상이 된다. 짐승,잡초, 병해충, 기생충 등 오명(汚名)들은 다 뒤집어 쓰고.

때문에,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구휼(救恤)같은 기적이 상시 일어나지 않는 한, 유한한 먹거리 놓고 다투는 인간과 비인간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김매기는 여성들의 몫이었다. 땡볕 아래 쪼그리고 앉아, 철따라 온갖 잡초들 뽑아내느라, 허리 굽고 무릎 관절 너덜너덜 닳아 버렸다. 농촌 마을길마다 힘겹게 보행기 밀고 다니는 할머니들 천지인 이유이다.

요즘엔 워낙 일손 귀하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제초제를 쓰지 않을 수 없다. 독성이 강해 지렁이와 같은 유용 생물은 물론 토양을 살찌우는 미생물들에게도 치명적이다. 특히 대부분이 비선택형이라 잡초 주변 식물들까지 무차별 고사(枯死)시킬 수 있어 살포할 때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에는 서너 번 제초제를 뿌리는데, 가장 제거가 어려운 것이 바랭이풀이다. 제주에서는 제완지등으로 불리는데 종류가 많다. 워낙 뿌리가 깊어 목숨이 질기고, 잎이 넓어 호미로도 뽑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제완지 매잰 심엉 댕기당, 애기 난다’(바랭이풀 뽑으려고 힘써 당기다가, 임산부 아기 낳는다), ‘밧디 검질 중엔, 제완지가 젤 매기 심든다’ (밭 잡초 중에는 바랭이풀 제거가 제일 힘든다), ’제완지 맨걸랑 모도왕, 머시더래 내쳐불라’ (바랭이풀 뽑은 것은 모아서, 먼 자갈밭으로 던져 버려라)고 했겠는가. 올해도 전용 제초제를 뿌려 보았지만, ‘나 잡아 봐라하는 듯이 독야청청(獨也靑靑)이다. 하루 날을 잡아 삽으로 파내 농장 밖 멀리 내쳐 버려야겠다.

그나저나, 뜬금없는 대통령 처음 해 본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용산 출근길 막말도어스테핑에 귀를 의심한다. 고작 0.73%의 지지율 격차로 국민의 부름을 받으신 분이 자신의 존재 기반인 민심에 별 관심이 없으시다니. 그렇다면 국민은 어디에 있고, 무엇을 국정 우선 순위로 삼아 나라를 경영해 나가실지, 민초들의 걱정이 20%대 지지율 하락 속에 깊어간다.

군주인수(君舟人水)! 대통령은 배, 국민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한 순간에 뒤집어 엎어버리기도 한다. 넘실대는 여론의 파도를 잘 살피고, 모두를 아우르는 탕평(蕩平)의 소통으로, 난세(亂世)의 파고(波高)를 잘 헤쳐 나가주시기를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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