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행복하게 모시고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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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고대관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행복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지만 의외로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가족을 시작으로 돈, 명예, , 친구, 취미생활 등 삶의 행복을 위해 많은 것에 집착하지만 죽음이나, 내 몸에 생겨난 커다란 질병을 맞이했을 때에는 이러한 집착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의 가족은 내가 앓고 있는 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내가 받은 수술이나 검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필자가 환자를 접하다 보면 다양한 환자를 접하게 된다. 환자는 보호자와 함께 내원하지만 환자의 이력을 보호자가 모르는 경우는 빈번하다. 반면 이러한 이력을 가족들이 잘 알고 있고,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환자는 노년이 행복한 것을 볼 수 있다.

먹고, 자고, 싸는 것은 갓 태어난 아이 때부터 해온 일이지만,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냄새를 맡고, 사물을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삶에 있어 커다란 행복임을 알아야 한다.

잠을 잘 잔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수면뇌파 검사를 진행해 보면 깨어있는 사람의 경우 도시의 건물이나 구릉 같은 형태의 움직임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잠에 든 사람의 경우 산과 같은 높은 형태의 움직임이 천천히 진행된다. 잠을 잘 잔다는 것은 우리 몸이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60대에는 가끔 아프고, 70대에는 하루 중 절반이 아프고, 80대에는 대부분 아프고, 90대에는 아주 가끔 아프지 않다는 말이 있다. 통증을 조절한다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다. 필자 또한 부모님을 보내드리고 나서 생각했다. 나는 우리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렸는가?

날카로운 물건에 손이 베이면 통증이 나타나듯 감각을 잃은 사람은 환각증세가 나타난다. 몇 시간 동안 누워 투석을 받던 환자가 있지도 않았던 일을 사실과 같이 이야기하거나, 알코올 중독을 앓아왔던 환자가 무서운 것이 보이고 무서운 소리가 들린다며 소리를 지른다. 이러한 증세를 섬망이라 한다. 뇌세포가 손상되고 있다는 뜻이다. 자식들은 나이가 들어 저러나 싶어 가볍게 넘기곤 하지만 빠르게 원인을 찾아 치료를 하는 것이 부모님의 노년을 행복하게 해드리는 것이다.

이런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제 중 하나가 항우울제인데, 뇌에서 기분에 관련된 신경전달물질들의 불균형을 조절해 우울증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울증약을 장시간 복용하면 치매가 온다거나 중독된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잘 맞는 우울증약을 찾은 사람이 삶의 질이 높다.

나이가 들어가면 누구나 통증이 생기고, 몸이 불편해 지다보니 내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우울한 감정이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우울한 감정에 너무 얽매이기 보다는 오늘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갖고, 내 속을 편안하게 만드는 음식을 먹으며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것이 노년에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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