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수돌기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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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림 대림외과의원 원장

충수돌기염은 외과 질환 중 수술하는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다. 이 병명은 의학적 용어이고, 흔히들 맹장염이라고 부르고 있다. 수련의 시절에 처음 맹장수술의 집도를 선배 의사로부터 하사받으면 그 떨림과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집도 후에는 의국(醫局) 식구들에게 감사와 축하의 의미로 식사를 대접했었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나서, 외과전문의로서 강원도 한 종합병원에서 처음 근무를 시작한 지도 어언 30여 년이 됐다. 3년 꼬박 그곳에서 근무하면서 제거한 충수돌기만 해도 몇 가마니가 될 거라고 농담 삼아 말하곤 했다. 이어서 서귀포에 외과의원을 열어서 한 동안 맹장수술을 많이 했다. 당시만 해도 종합병원 상황이 열악해 오히려 개인의원으로 환자를 보내주게 돼서 수술 환자가 넘쳐날 정도였다. 한동안 성업하다가 지방의료원 강화 사업으로 인해서 점차 수술 환자가 줄었고, 급기야는 입원실을 폐쇄하고 외래환자만 보게 됐고, 이제는 맹장염으로 진단하면 거꾸로 종합병원으로 전원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맹장염의 발생빈도는 7~8% 정도로 알려져 있고, 특히 젊은 나이인 10대와 20대에 흔한 것으로 돼 있다. 증상은 처음에는 상복부나 복부 전체에 불편하다고 느낄 정도의 통증이 먼저 생기고 토하기도 하고 메스꺼움만을 느끼기도 한다. 하루나 이틀 경과하면서 전에 발생한 통증은 없어지고 실제로 맹장이 위치한 우하복부에 통증을 느끼면서 점차 통증이 심해지고 열이 동반되기도 해 병원을 찾게 된다. 앞서 언급한 여러 증상들은 전형적인 맹장염 증상이지만, 상황에 따라 비전형적인 증상들이 얼마든지 있어서 진단을 어렵게 하기도 하고 오진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수련 당시만 해도 진단 정확도는 80~90%면 적당하다고 했다. 왜냐하면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 계속 관찰하고 수술을 미룬다면 환자의 고통도 커질 뿐만 아니라, 실제 맹장염일 경우 맹장이 천공돼 복막염이 되거나 복강 내 농양이 형성돼 결과적으로 입원 기간도 길어지고 입원비용도 늘어난다는 논리였다.

지방 의료원장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다시 맹장염 환자를 접할 기회가 생겼고, 그동안 진단과 수술의 패러다임이 많이 변한 것을 실감했다. 예전처럼 진찰과 검사를 시행하지만, 결정적으로는 초음파 검사와 CT검사를 시행해 맹장염 소견이 확실하면 수술하고, 아니면 관찰한다는 것이다. 진단검사의 신뢰도가 워낙 높아서 의사도 안심하고 관찰할 수 있고, 또한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치지 않고 수술을 함으로써 입원 기간이나 합병증의 발생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른 한 가지 변화는 거의 모든 충수돌기절제술을 복강경을 이용해 시행해 성형적인 면과 회복 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단지 복강경을 이용한다든지 CT나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면서, 환자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강산이 여러 번 바뀔 정도로 세월이 흘렀고, 의료 수준도 많이 좋아졌다. 앞으로도 의료수준은 계속 나아질 것이고 사람들은 더 오래 편안하게 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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