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비장전' 해석...열린 무대 시도 좋은 반응
몰입 방해하는 무대 배치 등은 아쉬움으로 남아
제주특별자치도립예술단이 합동 공연으로 마련한 종합예술극 ‘애랑이 넘실’이 지난 9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도민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애랑이 넘실은’ 제주를 배경으로 한 조선시대 소설 ‘배비장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국악을 오케스트라 연주곡으로 편곡하고 무용과 합창을 더해 창작한 작품이다.
제주교향악단, 서귀포관악단, 제주합창단, 서귀포합창단, 도립무용단이 한 무대에 올라 제주다움이 묻어나는 공연을 펼쳤다.
원작이 권력층에 대한 풍자가 중심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제주 여인 애랑과 외지인인 배비장의 만남을 통해 사랑과 화합의 무대로 승화시켰다.
주요 배역과 출연진을 무용수로 하는 무용극이되 스토리텔러로 제주신화에 등장하는 신 ‘소로소’와 ‘백주또’를 화자로 내세운 가운데 도립무용단 배우들이 배비장과 애랑 등 주요 배역을 맡아 몸짓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제주교향악단과 서귀포관악단의 아름다운 연주와 제주·서귀포합창단의 웅장한 합창, 도립무용단의 안무와 연기가 1시간 50분 동안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화자로 나선 ‘소로소’와 ‘백주또’의 익살스런 연기는 자칫 따분하게 흐를 수 있는 극에 재미를 더했다.
배우 최종원이 제주목사 역으로 특별출연,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며 객석으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냈다.
객석과 무대 간 거리를 좁힌 ‘열린 무대’를 시도한 것도 배우와 관객 간 가까운 공간에서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만, 제주교향악단과 서귀포관악단이 무대 왼쪽 절반 가량을 차지, 전체적으로 배우들이 활동하는 무대가 좁아진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통상 오페라 등 대형 공연에서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 피트’(무대 앞에서 연주자들이 자리하는 낮은 구역)에 배치돼는 데 이번 공연에서는 연주자를 무대 위로 배치, 배우들의 영역을 줄이고 관객들이 작품 몰입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김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