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천왕과 을파소의 만남
고국천왕과 을파소의 만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재범 편집국장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설 때면 인사(人事)가 만사(萬事)가 될지, 망사(亡事)가 될지 주목을 하게 된다.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 인재를 찾아 알맞은 자리에 쓰면 일이 잘 풀린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고구려 9대 왕 고국천왕과 을파소의 만남도 인재 등용으로 나라를 바꾼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고국천왕은 서기 191년 반란을 수습한 후 참신한 인재를 고르기 위해 신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근래에 총애받는 바에 따라 관직이 주어지고 직위는 덕행으로 승진되지 않으니 해독이 백성에게 미치고, 왕실을 흔들고 있다. 이것은 내가 정치를 잘못한 것이다. (중략) 현명하고 착한 사람을 천거하라.”

이 명령에 안류가 추천됐다. 하지만, 안류는 “저는 어리석고 속도 좁은 사람으로 나라의 큰 일을 하기에는 부족한 사람”이라며 극구 사양하면서 을파소를 천거했다. 고국천왕은 정중한 예로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을파소를 찾았다. 고국천왕은 을파소의 기백과 포부를 높이 평가하고 최고의 관직인 국상으로 임명했다. 귀족들의 반발에도 파격적인 인사들 단행한 것이다.

국상 을파소는 특정 집단의 권력독점을 막았다. 봄철 양식이 떨어진 백성을 위해 국가가 관리하는 곡식을 필요한 정도에 따라 빌려주고, 가을 수확 후 되돌려받는 진대법도 만들었다. 이 같은 개혁 정치로 고구려 백성의 삶이 좋아졌다. 이 소문을 들은 이웃 후한의 사람들이 피난을 오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오늘(1일) 출범하는 민선 8기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정의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 잘하는 도민 정부를 설계하기 위해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행사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두 행정시 시장과 개방형 직위 임명을 위한 공개모집 절차가 시작됐다. 제주도 산하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장 인선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인사권자는 당연히 적재적소에 알맞은 능력, 새 도정 정책과의 호흡을 염두에 두고 판단할 것이다. 4년 임기의 선출직 도지사이기에 차기 선거에서의 효용 가치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사권자가 선거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됐던 지지세력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보은 인사를 바라며 선거 캠프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논공행상은 무수한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보은 잔치가 없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논공행상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인재인지 여부를 먼저 따져 봐야 한다. 열성적으로 선거운동을 도왔던 어떤 이는 4년간 휴대전화에서 새 도지사의 이름을 지우고 연락도 하지 않겠다는 백의종군 자세를 보인다는 소식도 들리긴 한다.

이미 6·1 지방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하마평이 나돌고 있다. 벌써부터 거론되는 후보군 중 특정인을 놓고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다. 우려하는 쪽에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데 잘못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며칠 전 예고한 도청 내부 주요 공직자 인사에서도 지연·학연 우선 논란이 불거졌다.

인사에서 흔들릴 수 없는 기준은 무엇보다 ‘공감’이다. 도민의 눈높이에서 공정과 상식을 따라야 한다. 민심을 잃으면 새 도정의 추진 동력도 힘을 받지 못하게 된다. 공직 내·외부에서 민선 8기 미래 비전인 ‘위대한 도민 시대, 사람과 자연이 행복한 제주’ 실현을 위해 뛸 적임자를 가리지 않고 찾아야 한다.

고국천왕의 인재를 널리 구하려는 의지, 안류의 재상 기회를 양보하는 자세, 을파소의 애민정신이 나라를 바꾸었듯이 오영훈 도정도 성공적인 인사 리더십으로 제주를 바꾸어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인재 등용의 진리는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