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으면 희망이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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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요즘 소일거리가 하나 생겼다. 내외가 아파트 둘레를 거닐다 벤치에 앉아 오가는 아이들 구경하는 재미다. 큰 단지라 주민이 얼추 6천에 찰 것이고, 그러니 아이 안 낳는 세상이라지만 적지 않을 것 아닌가.

오늘은 유난히 아이들에게 눈이 쏠리는 날이다.

두 돌이 막 지났을까. 젊은 엄마가 어린 아들을 태울 것에 태우고 지나간다. 처음 보는 탈 것, 자그마한 자동차에 아이를 태우고 엄마가 뒤에서 밀고 있다. 아이가 신이 났다. 아이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그놈 남자답게 생겼네. 장군감이다, 장군감!” 장군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아이다. 젊은 엄마에게 들으라 한 말이다. 그 엄마 뒤를 돌아보며 생긋 웃는다. “저기 봐, 할아버지 할머니가 너를 보며 웃고 있잖아.” 몇 걸음 더 나가더니 뒤를 돌아보는 아이의 새치름한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낯가림하는 모양이다.

저 자동차는 참 잘 고안됐다 싶다. 어른이 몰고 다니는 걸 보다 직접 타고 있는 아이. 장난감은 세계의 의미를 탐구하는 도구다. 아이는 벌써 내일을 내다보고 있을지 모른다. 그 중요한 일을 엄마가 거들고 있다.

한 엄마가 아기를 처네로 가슴에 안아 한쪽 팔로 받치고 한쪽 손엔 비닐봉지를 들고 지나간다. 갓 돌이 지났을까. 아기는 고개를 떨군 채 깊은 잠에 떨어졌다. 아들 같아 보인다. 잠든 아기는 무겁지만 엄마의 걸음은 가볍다. 금쪽같은 아이를 안았는데 무거울 리가 없다. 한 동을 지나 다음 동으로 들어서고 있다.

여자아이다. 짐작에 생일이 안 된 세 살쯤일까. 이 아이는 엄마의 손길을 거절한다. 걷다 넘어져도 엄마가 일으키면 엄마 손을 밀어내며 혼자 걷는다. 직립을 시작하면서 독립으로 이어진 아이 같다. 앞으로 의지가 꼿꼿한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처음보다 걸음이 익숙해져선지 멀리 떨어지면서 쓰러지는 걸 못 보겠다. 이젠 됐다는 건가. 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아 앞뒤로 흔들고 있다. 엄마가 아이를 치켜 안더니 입구로 들어선다.

초등 여학생이 손가방을 들고 지나간다. “안녕하세요?” 뜻밖의 인사에 두어 걸음 지나쳐서야, 답례를 보냈다. “아이구 착해라.” 바로 한 엄마가 종종거리며 뒤를 따른다. 취학 전으로 한 살 터울 같아 보이는 오누이다. 위로 아들, 밑으로 딸이니 이상적인 성비일 것 아닌가.

녹음 짙은 숲에 가 있는 눈이 초록에 호사하다 다정히 손잡고 겅중겅중 걸어가는 세 아이와 엄마 뒤에서 눈이 딱 멎는 게 아닌가. 위로 두 자매, 막내는 아들. 그 터울의 행간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딸 둘을 낳고 나서 ‘그래도 아들 하나는’ 있어야지 했을지 모른다. 뜻을 이뤄선가. 저리도 표정이 밝다.

저출산으로 나라의 미래가 심각하다. 출산율이 0.81, 이 문제는 국민이 대동해 반드시 풀어야 한다. 「제주일보」가 ‘다둥이 가족사랑 사진·표어 공모전’을 열어 시상식(6월 18일)을 가졌다. 필자가 여류 두 분과 함께 표어 심사를 했기로 감회가 새로웠다. 최우수상 이영석님의 ‘아이 낳으면 희망이 IN, 아이 업으면 행복이 UP’, 우수상 고영범님의 ‘결혼은 아름다운 동행, 아이는 최고의 선물’ 그리고 현희수님의 ’아가없는 세상 아, 가엾은 세상’ 얼마나 기발한 생각인가. 과연 그렇잖은가. 아이 없는 내일을 바라보며 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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