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다구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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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지방선거와 보궐선거가 끝났다. 대선을 치른 지 석 달이 채 안된 시점이라 나라가 한때 그 여운 속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선거는 생사를 건 경쟁 구도다. 한 치의 양보 없이 당선을 위해 죽기 살기 힘을 쏟는다. 선거의 속성이다.

당락은 단순한 게 아니다. 신분에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 운니지차(雲泥之差), 구름과 진흙의 차이, 곧 하늘과 땅의 거리로 벌려진다. 승자는 천당에 오르고 패자는 나락으로 추락한다. 입후보자가 그런 선거의 생리를 모를 리 만무하다. 그러니 당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아무리 선량한 후보도 표 앞에선 마음이 표변할 수밖에 없다. 이런 표심에 대한 집착이 도를 넘어 온당치 못한 행보로 나타나기도 한다. 선거의 고질이다.

급기야 상대방을 헐뜯기 시작한다. 어떻게든 자신이 표를 많이 얻어 당선되려는 것이다. 판세를 진맥하면서 목표를 향해 혼신을 기울이게 마련이다. 이건 어느 일방이 아니라 입후보자들 모두의 기대심리다. 이런 득표 전략이 보다 구체화하면서 그 과정에서 공공연히 고개를 쳐드는 게 있다. 상대방을 헐어내는 날 선 공방의 말. ‘기면 기고 아니면 그만이다’ 식의 음해성 네거티브가 만발한다. 중상모략으로 상대를 거꾸러뜨리기 위한 흑색선전도 심심치 않게 춤추기 시작한다.

거기다 어디선가 튀어나와 혼란을 부추기는 가짜뉴스의 출현. 이것도 웬만한 게 아니다. 조작된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다. 우리는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사실이 사회적 맥락이 더해진 진실도 설 자리를 잃은 지 오래다. 탈진실의 시대, 가짜뉴스가 선거판을 뒤흔들어놓게 돼 있다.

이런 악의적인 선거전이 펼쳐지면서 굉장히 피폐해진 게 있다. 밥 먹듯 씹어대는 추악한 말이다. 상대방에게 마구 쏟아붓는 말에 감정이 얹어지면서, 거품을 물어 뱉는 수준으로 가기 일쑤다. 저자 사람들의 악다구니를 방불케 하는 품위 없는 말의 폭거는 사회를 진영논리로 갈라치기한다. 피차를 이분법에 묶어놓는 말, 귀에 익어선지 ‘내로남불’ 정도는 점잖다. “기본이 안됐다”, “자격이 없다”, “완전 망언”, “허언증에다 협박”, “철부지의 생떼”…. 여?야를 막론하고 제정신이 아니다.

선거가 끝나면 서로 간 아주 손절할 것인가. 영역을 떠나지 않는 한 관계를 쉬이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당선에 집착한 나머지 아무리 선거에 휘둘렸더라도 이건 아닌 것 같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상대 후보를 흠집 내기 예사이니 깨끗한 선거는 요원할 뿐이다.

선거 얘기는 아니나, 대통령을 일컬어 기억력 운운하는 대목에서 ‘대통령을 치매라 한 분이 있었다. 이거야말로 막말이다. 국가원수에 대한 존중은 기본 예도다. 결국 나라 망신 아닌가. 자업자득하는 꼴이다.

어느 정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꼴 같지 않은 게 대들어, 패주고 싶다”라 한 발언도 있었다. 구습인지는 몰라도 이만저만 고약한 말이 아니다. 우리 말이 이렇게 허섭스레기처럼 허름하게 나뒹굴어도 되는지 묻고 싶다.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다.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

정치인은 금도(襟度)를 잃지 않아야 한다. 먼저 인격을 닦고 식견을 쌓아 말에서 향기를 뿜지 못할망정 악다구니는 삼가야 할 것이다. 그대가 서 있는 바로 그곳에서 자기 자신답게 살고 있다면, 그 자리에 좋은 말이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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