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 중독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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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민, 제주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많은 분들이 중독에 관해서 저에게 자주 질문을 하고 궁금해 합니다. ‘술 좋아한다고 중독은 아니지요?’ 또는 아들이 게임만 해서 걱정이다이런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게임중독 등 중독의 진단기준은 비슷합니다. 과도한 시간과 노력을 점점 더 많이 쏟고, 그로 인해 잘 수행하던 일들을 해내지 못하며 건강과 생활에 문제를 일으키면 중독입니다. 알코올중독의 경우는 술 마시는 날이 늘어나면서 가정을 돌보지 못하게 되거나, 회사에서 업무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 등에 알코올중독으로 진단합니다. 도박중독도 도박에 집착하면서 회사 공금으로 도박을 하거나 할 일을 내버리고 게임장에서 밤을 샌다면 도박중독입니다.

어떤 분들은 나는 회사에서 문제를 일으킨 적 없으니 중독은 아니야라고 합니다. 그러나 중독으로 진단이 된 시점은 이미 뇌기능이 심하게 변화된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또한 중독이 되기 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중독으로 치닫고 있음을 스스로 알기 어려워 중독은 미리 예방해야 합니다. 중독 예방법은 건강하게 즐기는 법을 익히는 것이고 그 방법은 절제입니다. ‘오늘은 한 병만 마셔야지’, ‘어제 많이 마셨으니 오늘은 쉬자라고 스스로 조절해야 합니다. 게임도 어느 날 갑자기 안하기는 어렵지만 하루 두 시간 이상은 하지 말자라고 하며 스스로 기준을 세워서 한다면 건강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술이든, 게임이든 내가 점점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나 그것만이 내 기분을 즐겁게 하고 편안하게 만든다면, 그 이유를 찾아보고 주의해야 합니다. ‘이전에는 등산을 해도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왜 술을 마셔야만 기분이 편해지지?’ 스스로 물어보며 답을 찾아봅니다. 지금 가족과 불화로 힘들어서, 직장에서의 심한 압박에 힘든 건 아닌지를 돌아봅니다. 시간과 노력이 걸리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보듬고, 도움을 청하며, 가족과 대화를 시도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술이나 게임 등 중독은 즉각적인 즐거움으로 눈앞의 문제를 잠시 잊게 만들고, 중독으로 도망가게 만듭니다. 또한, 가족이 술을 마시는 날이 많아지고 잠을 뒤척인다고 하면, 단순하게 술 먹지 말라 하기 보다는 요즘 힘든 일이 있는지 관심을 기울여봅니다.

즐겁고 행복한 삶으로 가는 길에 편한 지름길은 없습니다. 당연히 좁은 길, 넓은 길, 경사가 심한 굽은 길도 지나가게 됩니다. 중독은 화려한 이정표로 다시는 나오기 어려운 지름길로 인도하지만 그 끝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굽은 길, 좁은 길이 다소 힘들더라도 끝에 있는 파란 하늘과 아름다운 꽃밭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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