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대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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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한국처럼 사철이 명확한 곳에선 춘하추동이 순환하며 다른 절기를 나타낸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인다. 번거로워할 게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단조로운 정서에 변화를 주어 연속되는 삶의 권태에서 벗어나게 한다. 촉매제 구실을 하는 것이다. 열대와 한대에서는 누릴 수 없는 행운이다.

계절은 고정돼 있지 않고 주기적으로 이동한다. 계절 간에 길고 짧음이 있으나 늘 어김없이 바뀌는 것이다. 춘하추동은 계절이 바뀌며 규칙화한 차례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가 있는데, 이를 환절기라 한다. 단지 계절이 다음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다. 추위에서 더위로, 더위에서 추위로 달라지니, 이를테면 성격까지 바뀌는 셈이다. 그러니까 겨울에서 봄·여름으로, 다음 가을로 바뀌는 뚜렷한 계절의 두 고비다. 2월 말에서 4월 초와 8월에서 10월 초가 환절기가 된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인 5·6월이나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인 11·12월은 계절은 바뀌어도 계절의 성격이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에 환절기라 않는다.

전날까지 반팔을 입었다가 다음날에 바로 겉옷이 필요하게 될 만큼 하루 새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밤과 낮의 온도 차가 심할 때는 20도 안팎일 때도 있어, 면역력이 약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추위가 연속되는 한겨울보다 더 감기에 걸리기 쉽다. 체온 조절이 필요한 시기다. 복장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게 현명한 처사다. 내의를 입다가 건강을 과시한답시고 갑자기 벗어던지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면역력이 저하되므로 피부 발진이나 비염 같은 만성질환이 심해진다. 11월이나 2월로 들면서 몸이 간지러워 긁적이면 피부가 붉어지면서 따가울 때가 많다. 찬바람이 나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있었다. 피부에 각질이 생기는 까닭이다. 샤워를 자주 하는데도 그런다. 로션이나 크림을 넉넉히 발라 눅눅하게 축여 줘야 한다. 환절기마다 겪는 일이라 이젠 근지러우면 바로 손이 간다. 몇 년 동안 시달려 얻은 경험칙이 환절기의 대응 전략이 됐다.

아파트 뜰을 거닐다 문뜩 과제 하나를 얻었다. 식물은 환절기를 어떻게 넘길까 하는 것이다. 2·3·4월을 일관해 소상히 살펴보았다. 매화는 이미 피어 지려 하고 있었고. 목련은 3월 하순에 낙화해 꽃 시든 자리가 폐허가 돼 있지 않은가. 왕벚나무도 4월 초가 되자 살랑거리는 훈풍에 서둘러 꽃비를 뿌렸다. 꽃 시절이 짧아 열흘이 가지 않았다. 소공원 길 울타리를 물들였을 개나리 군락은 꽃 새로 연둣빛 새잎을 한창 내밀고 있다. 다리가 불편해 나서지 못해 그만 꽃을 놓쳤다.

식물은 혹한에도 옷가지 하나 걸치지 않고 겨울을 난다. 바람이 모질어도 눈보라가 휘몰아쳐도 뭘 걸치려 않는다. 대응 전략 없이 발가벗은 채로 겨울을 난다. 환절기가 대수가 아니다. 사람이 입는 몸을 감싸는 두툼한 옷도 없다.

멀리서 가까이서 그들의 표정을 읽고 숨결에 귀 기울인다. 요지부동, 표정 하나 흔들림이 없고 숨결마저 평온하다. 매화나무와 목련과 왕벚나무들은 꽃 진 자리로 새잎들이 돋아나면서 꽃샘의 아픈 기억을 그 잔흔까지 말끔히 지워내고 있지 않은가.

모든 식물에게 환절기는 그냥 지나치는 한때일 뿐이다. 사람이 덥다 춥다 투덜댈 뿐, 나무들은 뿌리박은 자리에서 햇빛과 바람과 이슬 속에 우쭉우쭉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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