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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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국,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장/논설위원

유례없이 접전이었던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이 났다. 이번 선거는 새롭고 다양한 기록들을 만들어 냈다, 사전투표가 도입된 이후,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했는가 하면, 역대 대선 중에 가장 많은 무효표가 집계되기도 하였다. 그중에서도 1, 2위 후보 간의 득표수에서 최저 표차라는 기록이 탄생하기도 하였다. 각각의 기록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기록에 대해서는 잠시 뒤로하고, 향후 5년의 국정을 이끌 새로운 대통령께서 아무쪼록 대한민국을 행복한 나라,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어 주시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기원해 본다.

선거가 진행되면서 ‘여러분’이라는 표현을 수없이 들을 수 있었다. 가수 윤복희님의 노래 제목으로도 익히 알려진 그 ‘여러분’을 말이다. ‘여러분’의 사전적 의미는 ‘듣는 이가 여러 사람일 때 그 사람들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로 정의하고 있다. 여러분은 ‘여러’와 ‘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여러’야 한둘이 아닌 다수를 이르는 말이고, ‘분’은 사람을 높여 이르는 표현이다. 다시 말해 ‘여러’는 다양성을 표하는 의미요, ‘분’은 존칭의 의미로 높여 사용하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수없이 외쳐댄 표현이기에, 표를 준 여러분들에게 어떤 보상을 줄 것인지도 다양하게 고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오래전 제주에는 마유주(馬乳酒)라는 특산품이 있었다고 한다. 본래는 몽골에서 유래한 것으로 몽골에서는 ‘이시크’라 하여 알코올 성분이 겨우 1~3%에 불과한 말젖술이다. 그런데 이 마유주는 집집마다 발효 방법이 다르고, 그에 따라 마유주를 마시는 방법도 다양하다고 한다.

문화인류학에서는 술 마시는 방법으로 세 유형을 나눈다고 한다. 서양 사람들처럼 자기 술잔에 자기가 마시고 싶은 만큼 따라 마시는 자작유형(自酌類型), 중국이나 러시아 사람들처럼 각기 술잔을 들고 건배하며 마시는 대작유형(對酌類型), 그리고 한국 사람들처럼 술잔을 주고받아 가며 마시는 수작유형(酬酌類型)이 그것이란다.

그런데 마유주를 마시는 방법은 환배(換杯)라 하여 큰 그릇에 가득 따라 돌려가며 조금씩 마신다고 한다. 이런 연유는 부족 간의 반목이 심한 유목민인지라, 상대 부족에 대한 독살의 혐의를 벗기 위함이라는 설과 칭기즈칸이 몽골을 통일하여 유대감과 공동체로 다스리기 위한 통솔 수단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기도 하다.

술을 마시는 이유도 다양하다. 축하를 위해, 화합을 위해, 때로는 위로와 격려를 위해 마시는 일도 있을 것이다. 즐거워서 마시는가 하면, 슬퍼서 마시는 일도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기에, 어떤 방법으로 마시느냐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작유형이든, 대작유형이든, 수작유형이든 간에, 다양한 이유에 어울리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 하지 않는가. 피어난 꽃이 제대로 향기를 내고, 자태를 뽐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선거 결과만을 보고, 잔치를 벌일 일도 아니요, 네 탓 내 탓 갑론을박만을 따질 일도 아니다. 모두가 열심히 했고, 그러한 노력만으로도 충분한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치열한 선거로 쌓인 피로를 술 한잔하며, 우리가 여러분이었음을 되새겨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선거를 위해 고생하고 애쓴 여러분 모두가 축하를 받든, 위로를 받든 위대한 여러분들임은 분명하다. 선거는 끝이 났지만, 이제 그 여러분이 나설 때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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