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을 없애면 쓰레기도 없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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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순, 문학박사/논설위원

아침에 눈을 뜨고 맨 먼저 하는 일은 대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것이다. 밤새 버려놓은 쓰레기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마을 초입, 길에 접한 우리 집은, 자고 나면 대문 안팎으로 쓰레기로 가득하다. 버려진 쓰레기는 참으로 다양하다. 먹다 남은 음식물이 포장 용기에 담긴 채로 질끈 동여맨 비닐부터, 담배꽁초, 과자봉지, 일회용컵, 패트병, 오염된 물티슈, 거기에 마스크, 그 외에도 많다.

집 앞뿐만 아니라 집안으로 굴러들어온 쓰레기 더미들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대로 둔 쓰레기 주변에 더 많은 쓰레기가 쌓여갔다. 분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집안과 집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분노로 푹푹 타들어 가는 속을 달래며. 깨끗하게 치워놓으면 설마 여기에다 쓰레기는 버리지 못할 거라는 나름의 기대와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깨끗이 치우든 안 치우든 버려지는 쓰레기와는 무관했다. 비슷한 내용의 쓰레기들이 오늘도 어제처럼 우리 집 주변엔 가득하다. 이렇게 쓰레기와 싸움을 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눈에 들어오는 건 죄다 쓰레기뿐이다. 버려진 쓰레기는 우리 집 주변뿐만 아니라 공원, 산책길, 버스정류장, 공공장소의 후미진 곳 등등, 어디에나 있었다. 원래, 항상, 쓰레기는 버려지고 있었는데 관심이 없어서 안 보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분명한 건 사람이 있는 곳에는 쓰레기가 있다는, 이렇게 사람과 쓰레기는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인류의 멸망은 도덕성 결여와 환경파괴에서 올 것이라는 전망을 누군가는 했고, 쓰레기와 환경파괴, 그리고 기후위기까지 무관하지 않다는 건 이미 알려진 바다. 거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도 환경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쓰레기와 인류의 생존과는 연관이 깊다.

그동안 정부는 쓰레기 배출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 왔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보면 아쉬운 부분들도 많다. 최근 플라스틱류 중, 투명페트병은 재생원료화하기 위해 별도로 분류하고 있는데, 라벨을 제거하고 깨끗한 상태로 분리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생수병 이외의 페트병 대부분은 점착제로 고정되어 있어서 라벨 제거가 쉽지 않다. 라벨 제거가 원칙이라면 시행 이전에 제품 생산 시, 라벨 제거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정책화해야 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택배상자의 경우도, 국내는 일명 뽁뽁이라 불리는 비닐에어캡이 완충재로 들어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발송되는 택배는 종이 완충재를 사용한다. 이렇듯 조금만 더 생각하면 쓰레기 분리배출의 실천을 높이고, 환경을 살릴 수 있는 부분들도 많다.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버린 쓰레기통을 부활시키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기억을 짜내보니 쓰레기통이 사라진 건,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면서부터인 듯하다. 쓰레기통이 없으면 쓰레기양이 줄 것이라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정책에 맞춰 분리수거용 쓰레기통들을 곳곳에 배치한다면, 적어도 바이러스 가득한 마스크를 길바닥에 버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물론 밖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집으로 가지고 가고, 담배꽁초는 휴대용 재떨이에 처리하는 아주 높은 시민의식을 발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후처리하기에 앞서, 보통의 시민의식을 믿고 버릴 공간을 마련해 주는 건 어떨까? 쓰레기통을 없앤다고 쓰레기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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