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에서 뭘 배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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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전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인간이 벌거벗은 원숭이라고 하는 이유는 인간이 침팬지보다 모낭을 적게 가졌기 때문이 아니고, 인간은 가늘고 고운 털을 갖기 때문이다. 인간의 머리에는 약 15만개의 머리카락이 있으며 이의 직경은 70정도이다. 털은 표피에 있는 모공에서 자라며 진피 속까지 파고든다.

모낭에는 혈액이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부분이 있다. 급속히 배양되는 세포가이곳에서 성장하고 케라틴이라 불리는 각질로 되면서 결국은 죽게 된다. 머리카락의 성장은 복잡하고도 흥미롭다. 이의 성장기간은 여성은 약 6년간이며, 남성은 3~4년 정도이다.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으면 여성은 70~80cm, 남성은 4050정도까지 기를 수 있다. 성장이 멈추면 모근이 형성되고 모낭은 축소되면서 약 36개월 후에는 다시 새로운 머리카락을 길러낸다. 새 머리카락이 자라면서 오래된 것을 밀어올림으로써 머리카락이 빠지게 된다. 정상적일 때 남성은 100여 개, 여성은 70여 개의 머리카락이 매일 빠지고 새로운 것이 자라고 있다.

멜라닌 색소는 피부뿐만 아니라 머리카락의 색깔도 조절한다. 멜라닌의 양에 따라서 밝은 금발에서 검은 머리카락으로 된다. 그렇지만 붉은 것은 철분을 함유한 색소를 부가적으로 내포하기 때문이다. 검은색이 짙은 것일수록 멜라닌 함량이 높다.

대부분 모발용 제품의 기본적 목적은 모발 표면에 부드러운 감촉을 주기 위함이다. 양이온성 계면활성제가 사용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모발에 윤기를 주는 실리콘화합물로 대체되고 있다. 긴 직쇄사슬을 갖는 실리콘 고분자화합물을 모발 표면에 남기게 되면 그 모발은 실리콘화합물을 만지는 촉감처럼 매우 부드러울 것이다.

모발을 검게 보이도록 하는 것은 쉽다. 머리카락 표면에만 염색을 하는 것은 쉽게 염색이 지워질 수 있으나 이의 속에까지 염색을 하게 되면 훨씬 오랫동안 지속된다. 이 경우에 멜라닌 색소를 함유하는 염색제 인자의 크기에 따라 염색효과의 지속성이 좌우된다.

과산화수소를 사용하여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한 후 미세 입자를 갖는 염색제를 사용해 입자가 머리카락 속으로 잘 스며들게 하면 염색효과가 오래 지속된다. 그러나 과산화수소는 모발을 손상시킨다. 3~4% 정도의 과산화수소 희석액은 소독액으로 사용되지만, 30% 이상 농도의 과산화수소가 피부에 닿으면 그 부분은 하얀색으로 변한다. 과산화수소의 표백력을 이용해 치아 미백에 사용되는 약품이기도 하다.

곧은 머리카락을 곱슬머리로 또는 이의 역으로도 변화시킬 수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머리카락을 물에 적시고 모양을 만든 다음 다시 건조하는 것이다. 또는 열을 가해 모발을 손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분이 많아지면 머리카락은 원래대로 돌아간다.

이와 같이 머리카락이 수분과 열에 민감하다는 점을 이용해 습도계를 만들었다. 좀 더 오랫동안 머리모양을 유지하기 위하여 스프레이와 무스(mousse)를 고안했다. 이들은 고분자화합물을 유기용매에 용해시킨 것이다.

머리카락에 뿌리거나 바르고 난 후 유기용매가 휘발하게 되면 머리카락 표면에는 고분자화합물이 남게 돼 머리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주로 사용되는 고분자 물질은 비닐피롤리딘(vinyl pyrrolidine) 중합체 또는 비닐아세테이트와 무수 말레산(maleic anhydride)로 된 고분자이다.

과학의 발전이 삶의 형태가 변하는 것이 흥미롭고 신비롭다. 머리카락의 성질을 관찰·고찰함으로써 새로운 계기(計器)와 화합물이 탄생한다. 어떤 화합물이 한 부분에 이용되는 것을 보면, 저절로 이것이구나!’하는 순간에 전율이 번질 때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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