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의 날개를 달고 창의력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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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前 제주대 자연과학대학장

냄새를 내기 위해서는 물질분자가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기화돼야 한다. 따라서 분자가 너무 커지 않은 것으로 보통 분자량이 300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냄새 수용체와 결합을 잘 해야 된다.

인간의 냄새 수용체는 콧속 깊은 곳에 있으며 넓이는 우표 한 장 정도이다. 인간의 후각은 동물의 것 보다 둔하지만 10 ppm 이상의 농도에서 300여 가지의 서로 다른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 화학에서는 가스 크로마토그래프라는 분석기기를 이용하여 향료 성분을 분석한다.

프루스트는 인간이 살아가는 매 순간이 냄새와 맛에 저장된다고 했다. 그 냄새나 맛을 다시 느끼게 되면 기억이 살아나는 것이다. 냄새와 기억의 관계가 그토록 밀접한 것은 인간의 후각 신경이 뇌의 변연계와 대뇌 피질로 정보를 보내기 때문이다.

후각은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좌뇌를 누르고 창조적인 우뇌를 자극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른 어떤 감각보다 후각이 불러일으키는 기억이 가장 감정적이다. 우리가 향수를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매력과 개성을 표출할 수 있고, 다양한 향이 번질 때 물밀듯이 밀려드는 추억에 얽힌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과 청각은 신체상의 감각이지만, 미각과 후각은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감각이다. 우리가 소나무숲, 페퍼민트, 백합, 라벤더, 오크모스 향을 들이마시면 그 냄새 분자가 체내로 들어오기 때문에 후각이 친숙한 감각이 되는 것이다.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 보다 더 깊이 심금을 울린다.

또한 향은 우리에게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날개를 달아준다. 이렇듯 향에 의해 마음껏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자연의 구성원인 수많은 식물들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고,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창의력을 키워주는 향의 보고이다.

이런 측면에서 향의 기초적인 원료, 그것이 성장·재배되는 방법, 독창적인 구상에서 창작물인 최종 완제품인 향수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삶의 윤활제가 된다. 그렇게 되면 제주도의 숲길도 우리가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원료들의 산지가 될 수 있다. 내 향의 여정은 제주도의 숲길에서 시작된다.

향수는 에센셜오일로 구성돼 있으며 일반적으로 꽃잎에 농축돼 있지만 다른 곳에도 숨쉬고 있다. 오렌지껍질을 벗기면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물질이 미세한 입자형태로 나온다. 제주도 곳곳에서 자생하고 있는 식물들도 에센셜오일을 잉태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꽃잎을 따뜻한 기름에 담구어 향료성분이 기름에 녹게 한 후 이것을 알코올 처리해 향료성분을 추출했다. 온도가 높은 경우 향료성분 중 일부가 분해될 수 있으므로 프랑스인들은 보다 온화한 방법을 고안했다.

이 방법은 유리접시에 정제된 지방을 코팅한 후 꽃잎을 올려 놓고 밀폐된 곳에 보관하면서 몇일에 한 번씩 꽃잎을 갈아준다. 이렇게 하면 꽃잎에 있는 향료성분이 유리그릇에 코팅된 지방에 모이게 되고, 이것을 긁어모아 에탄올로 향료성분만 추출하는 것이다.

11세기에 장미수를 만들기 위해 수증기 증류법을 도입했으며, 이것은 현재까지도 장미향과 같은 천연향을 추출할 때 사용된다. 그렇지만 열에 민감한 향은 진공상태에서 증류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현재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향료가 대부분이지만 천연으로부터 추출한 멋진 것도 있다.

이와 같은 단순한 방법으로 자연이 가꾸어 놓은 향으로부터 에센셜오일을 추출하여 자신만을 위한 방법으로 만든 맞춤 향수를 창작하면 어떨까? 고대인들이 믿었던 에센셜오일의 치유력을 입증해 보이고 있는 아로마테라피를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것도 삶의 지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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