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장으로서 장병 통솔...화약고 같은 최전방 철통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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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남 육군 인사사령관,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소탕 작전 참여
25사단장 맡아 6·25 전사자 유해 발굴·홍수 피해 복구 지원 앞장
첫 제주 출신 육군 인사사령관에 올라 휴가명령 간소화 등 추진
2020년 7월 고태남 제25사단장이 전방초소(GP)에 경계작전을 나가는 병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0년 7월 고태남 제25사단장이 전방초소(GP)에 경계작전을 나가는 병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고태남 육군 인사사령관(54·소장)은 휴전선 155마일(248㎞) 철책에 따라 들어선 전방초소(GP)와 일반전초(GOP) 등 최전방에서 군 생활을 보낸 야전군 출신 지휘관이다.

남북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화약고와 같은 최전방에서 장병들과 동고동락한 그는 덕장(德將)의 면모를 갖추면서 2019년 상반기 장성급 인사에서 소장으로 진급했다.

▲시골에 살던 소년, 육사생도 꿈 이루다

고 사령관은 1967년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의 평범한 농가에서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납읍초등학교와 애월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29회)를 졸업해 1986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입교했다.

1970년대 납읍리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공동수도에서 물을 길어야 했던 시골마을이었다. 그는 육사에 진학한 마을 선배들이 멋진 제복을 입고 고향에 온 모습에 반해 인생의 진로를 육사로 정했다.

그는 장교의 길을 선택했지만, 부친은 제사와 벌초를 맡아야 할 장남이 평범한 대학에 가서 제주에서 살았으면 했다.

어린 시절부터 밭에서 농사일을 하며 정신력과 체력을 키웠던 그는 육사에서의 힘든 과정을 거뜬히 소화해냈다.

1990년 소위로 임관한 그는 최전방 소대장으로 배치됐다. 중대장, 대대장, 연대장 등 군 생활 대부분을 북한군과 눈앞에 둔 전방부대에서 보냈다.

그는 적의 도발에 대비해야 하는 전방초소에서 장병들을 통솔하며 철통 경계 임무를 맡았다.

그는 “시골에서 강하게 자랐기 때문에 군 생활이 힘들지 않았다. 제주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말로 교육하기보다는 고된 노동과 근면함으로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는 과정을 몸소 보여줬다”며 제주 출신이어서 군에서 더욱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1996년 9월 잠수함을 이용해 강릉지역에 침투한 무장공비 26명을 소탕하기 위해 49일간 작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22사단 중대장을 역임할 당시 강화된 경계 작전을 수행하며 초소에서 6개월을 보냈다. 그는 이 시절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에 신혼집을 차렸지만, 집에 가지 못하면서 신혼 초부터 부인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그는 “최전방 지휘관을 맡다보니 집안일을 돌보지 못하고 아내가 아파도 챙겨주지 못했다. 여동생이 결혼할 때도 고향에 가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장병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것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9년 9월 고태남 제25사단장이 수색대대 장병들을 위해 삼계탕을 배식하고 있다.
2019년 9월 고태남 제25사단장이 수색대대 장병들을 위해 삼계탕을 배식하고 있다.

▲야전군 지휘관으로 활약하며 별을 달다

그는 28사단 대대장(중령), 6사단 연대장(대령)을 거쳐 2017년 별(준장)을 달고 제3야전군사령부 인사처장에 임명됐다. 이어 제1군과 제3군사령부가 통합한 지상작전사령부가 창설되면서 군사지원참모부장을 맡게 됐다.

2019년 소장으로 진급한 그는 경기도 최전방을 책임지는 25사단장에 임명됐다.

사단장은 재임 시절 그는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은 물론 영농기 대민 지원과 홍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 복구 작업에 앞장섰다. 군사시설보호구역에 있는 85.6만㎡를 해제해 주민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했다. 김광철 연천군수는 지난 5월 육군 인사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그에게 군민들의 마음을 담은 감사패를 전달했다.

그는 사단장 당시 코로나19로 신병훈련소에 입소한 장병을 보지 못하는 부모를 위해 편지를 직접 읽어주면서 가족의 역할을 대신해줬다. 장병들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전화를 하도록 했다.

첫 휴가를 나간 까마득한 이등병이 사단장인 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고기를 사달라고 하자, 직접 고기를 사주면서 자신의 걸어온 인생을 들려준 사연은 지금도 25사단에서 회자되고 있다.

2019년 10월 고태남 25사단장이 GP 경계작전에 나가기 전 장병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2019년 10월 고태남 25사단장이 GP 경계작전에 나가기 전 장병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군과 지역사회가 발전하려면 인재를 육성해야

그는 지난 5월 말 제주 출신 최초로 육군 인사사령관에 임명됐다.

50만 육군 장병의 인사를 책임진 그는 병사들에게 전역증 대신 표창장 형태의 ‘군 경력증명서’를 발급하면서 군 복부자의 명예와 자긍심을 높이는 데 앞장섰다.

군 경력증명서에는 병사들의 복무기간 중 수행한 직무와 경력은 물론 각종 수상내역을 담았다. 특히 코로나19 방역 지원을 포함해 국가적 행사와 재해재난 지원도 ‘명예로운 경력’으로 증명서에 수록했다.

고 사령관은 장병들의 휴가명령 간소화 시스템을 도입, 육군 전체를 기준으로 12만5000시간의 업무시간을 단축시켰다. 이는 인사 실무자 60명의 업무량에 해당되며 22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야전군 지휘관 당시 지역사회와 군의 유대 강화에 힘써온 그는 인사사령관을 맡으면서 육군의 경쟁력과 국방력 강화를 책임질 인재를 선발하고 키우는 데 매진하고 있다.

그는 또한 전역한 장병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핵심 인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전역 장병에 대한 소질과 능력개발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가 순직하거나 부상당한 전우들의 보훈선양에도 앞장서고 있다.

고 사령관은 “국민이 군을 신뢰하고, 군이 국민을 섬기려면 신세대 장병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지휘관을 중심으로 인화단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 제주를 위해 “제주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여유 있고 따뜻한 고장이 돼야 한다”며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7일 충남 계룡대에서 육군 인사사령관으로 취임한 고태남 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지난 6월 7일 충남 계룡대에서 육군 인사사령관으로 취임한 고태남 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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